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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딘(James Dean)이라면 영화배우보다 속옷 브랜드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터.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그가 남긴 영화라고는 달랑 3편에 불과하고, 발표연도가 모두 1960년 이전인지라 잘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1960년대, 70년대만 하더라도 제임스 딘은 ‘반항하는 젊은이’의 아이콘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그가 연기한 고뇌에 찬 10대 젊은이 - 영화 속에서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약간 삐딱한 자세로 서 있던 -모습에 공감하여 너도나도 따라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가 출연한 '이유 없는 반항'은 자동차 경주 장면으로 유명하다. 짐(제임스 딘)은 패거리를 몰고 다니는 버즈를 알게 된다. 어느 날 짐은 자신을 겁쟁이라고 놀리는 버즈에게 달려든다. 그에게 버즈는 '치킨 런'을 제의한다. 절벽을 향하여 차 두 대가 쏜살같이 달리는 게임이다. 절벽으로 떨어져 죽기 전에 차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하지만, 상대방보다 먼저 차에서 탈출하는 사람이 '치킨', 즉 겁쟁이가 되는 것이다.

굉음을 내면서 돌진하는 두 대의 차가 절벽에 거의 다다른 찰나, 짐은 견디지 못하고 뛰어내리지만 버즈는 "내가 이겼다"고 좋아한다. 그것도 잠시. 그는 차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져 죽고 만다. 허망한 종말이다. (영화 속에서 제임스 딘은 살아났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임스 딘은 세 번째 작품 <자이언츠>를 찍은 직후 자동차를 과속으로 몰다 사고로 죽었다.)

유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배럴당 100달러 하던 때가 오래지 않은데, 어느새 70달러 벽도 무너뜨리면서 4년래 최저수준으로 추락하였다. 벌써 '내년에 35달러'를 주장하는(성급한?) 의견도 나온다. 유가야 오르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이 좋기는 하다만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유가가 계속 하락하는 이유에 대하여 일부 전문가는 이를 '미국과 사우디의 치킨게임'으로 해석한다. 미국이 세일가스를 이용한 원유생산을 늘리다 보니 어느새 '사우디 아메리카'가 되었고, 이를 견제하려고 사우디가 유가 하락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야 어차피 채굴원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인즉 유가가 웬만큼 하락해도 괜찮지만, 세일가스는 그렇지 않다. 유가가 채굴원가를 밑돌면 세일가스는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다시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의 시장 지배력이 늘어난다. 사우디는 이것을 노린다는 것.

세상을 ‘음모론’으로 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음모투성이가 된다. 유가가 올라도 음모요 유가가 내려도 음모다. 그러니 음모론은 매우 위험한 시각이다. 솔직히 사우디와 미국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중동 산유국의 입김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1, 2차 석유 쇼크 때만 하더라도 중동 산유국의 위세가 하늘을 찔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치킨게임이든 아니든 유가가 내리면 덕택에 우리경제도 좀 살아나려나?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유가가 내리는 것이 주가에 도움이 될까? 얼핏 보아 유가가 내리면 주가가 오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과거 사례를 보면 주가와 유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유가가 오르면 주가도 올랐고, 유가가 내리면 주가도 내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가 좋아서 석유수요가 늘고, 그래서 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으니 주가도 의당 올랐다. 반대로 경기가 나쁘면 석유수요도 줄고 유가도 내렸다. 주가도 덩달아 내렸다. 물론 이번 경우는 ‘예외’가될지 알 수 없지만, 여하간 유가 하락이 주가에 마냥 호재만은 아니다. 지난 주말 뉴욕시장은 유가는 폭락했지만 혼조로 마감되었다.

차트로 본 코스피지수는 답답하다. 어쨌거나 상승추진력을 상실한 것은 아니겠으나 그렇다고 쑥쑥 내달리지도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일목균형표에서 찾을 수 있다. 코스피지수는 구름 안으로 들어서 버렸다. 통상 구름 안에서의 주가 움직임은 정체되기 마련이다. 앞날이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 주가가 쌩하니 속도를 낼 수는 없는 노릇.

특히 지난주 목요일(11월27일)의 움직임은 주목할만 하다. 지수가 정확히 구름 상단의 저항을 받고 되밀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만일 그때 주가가 더 상승하여 구름의 저항을 이겨내고 상단 위로 올라섰다면, 대명천지(大明天地) 광명을 되찾은 상황이므로 향후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도 그렇지 못하였다. 지수가 다시 구름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전의 지루하고 답답한 구름 안에서의 횡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고 당장에 지수가 큰 폭으로 밀리는 일도 상상하기 어렵다. 전환선(추세의 전환을 알리는 기능을 하는)은 이번 주 내내 상승세를 이어갈 참이기 때문. 만일 이번 수요일 이후에 장중 저점이 1,959 이하로 형성된다면 추세가 바뀔 수 있으나, 그 이전까지는 그럴 가능성은 작다. 더구나 기준선(추세의 기준이 되는 기능을 하는)의 경우는 아예 이번 주 내내 지수가 1,923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한 하락할 위험이 없다.

결론적으로, 주가가 유가처럼 급락할 우려는 낮다. 그렇다고 급등할 공산 역시 높지 않다. 구름의 저항이 강력하기 때문. 1,992~2,000 사이에 걸쳐있는 저항을 재차 이겨낸다면 상승(혹은 반등)세가 더 이어지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내내 지루한 한 주일이 이어질 전망이다. 나는 후자(지루한 나날)의 가능성을 크게 본다.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 환율이야 일목균형표 구름 안에 들어간 것도 아닌 터. 움직임이 굼뜰 리 없다. 구름 위를 여전히 상승추세로 날아간다. 다만, 구름과의 이격을 좁히려는 조정국면이 지난주 이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종종 구름과의 거리가 꽤 벌어지면 이를 좁히려는 시도가 나타났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달러-원 환율이 약간씩 밀리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하락추세로의 전환을 예상하기는 성급하다.

앞서 코스피지수의 방향을 점칠 때 설명하였던 전환선의 움직임을 달러-원에서도 예측해보자. 이번 주 월요일, 화요일까지는 전환선이 내내 상승할 예정이며 수요일 이후에는 약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환선이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따라서 환율 역시 크게 밀릴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추세의 기준이 되는 기준선의 경우는 상승세가 더 공고하다. 이번 주 수요일까지는 기준선이 별 변화가 없겠지만, 그 이후는 다르다. 목요일부터는 환율이 오르지 않더라도 기준선은 저절로 상승한다. 기준선을 산출하는 근거인 '26일간의 저점'이 자연스럽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준점이 오르는 상황에서 그런 추세를 상승세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 추세와 동반한다면 여전히 ‘바이 온 딥스’ 전략일 수밖에 없다.

다른 기술적 지표는 조정이 조금 더 이어질 것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주에 환율이 1,117원의 고점을 기록하고는 주춤거린 탓에 지표들이 매도신호로 바뀌어버렸다. 다만, 거듭 강조하듯 근본적인 추세가 상승세인즉 ‘단기조정’에 겁낼 일은 아니겠다. 끈질기게 나는 ‘콜돌이’의 길을 가련다. 조정은 오히려 반갑다. 달러를 싸게 살 기회가 아닌가.

1,100원에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이미 지난주에 한 차례 무너진 경험이 있기 때문. 한 번 무너진 지지선은 두 번, 세 번 자꾸 무너진다. 오히려 1,100원보다는 그 아래에서 매수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편이 현명하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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