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지난해 1월 1심에서 법정구속돼 1년10개월 넘게 수감생활 중인 최태원 회장이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동시에 갈아치우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주력사업인 정유사업이 사상 최악의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다른 계열사들도 별다른 실적개선을 보이지 못하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963년생으로 올해 51세인 장동현 SK플래닛 부사장(COO, 최고운영책임자)과 박정호 SK C&C 부사장을 각각 SK텔레콤과 SK C&C 사장으로 발탁 승진시키는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조직내 큰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SK텔레콤은 그룹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이고, SK C&C는 지주사인 SK㈜의 지배회사로서 사실상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SK그룹의 올해 정기 인사에서 승진자는 총 117명(승진 30명, 신규선임 87명)으로 예년보다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호실적을 낸 SK하이닉스에서는 승진자만 37명을 배출해 성과주의, 신상필벌의 원칙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9일 실시된 정기 인사에서 새롭게 계열사 수장에 오른 신임 CEO들의 면면을 보면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제유가 급락 등 업황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대표를 교체한 것은 위기돌파를 위한 차원이다.

그동안 그룹내 정유, 에너지 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구자영 부회장이 후선으로 물러나고, 과거 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맡았던 정철길 SK C&C 사장을 SK이노베이션의 새 수장으로 바꿨다.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으로 입사한 만큼 '구원투수'의 임무를 부여받고 친정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구조본에서 구조조정과 인력업무를 맡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SK C&C 사장을 맡으면서 국내 사업 위주였던 사업구조를 글로벌화시켜 기업가치를 성장시킨 점도 정유, 에너지 업계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적임자로 꼽혔다.

SK경영경제연구소의 경영연구실장을 맡은 전략통이기도 하다. SK C&C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보다 30% 가까이 늘리는 성과를 보였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 내정은 50대 초반 CEO 시대를 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장 사장은 SK텔레콤에서 경영기획실장, 전략기획부문장, 마케팅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으며, 지난해 말 SK플래닛 COO로 자리를 옮겼다 1년만에 다시 친정으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구조조정, 재무, 경영기획, 마케팅 등을 두루 거치면서 쌓은 경험을 통해 단통법 시행 이후 악화한 통신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플래닛 COO를 거친 만큼 양사간에 플랫폼과 콘텐츠, 모바일커머스 등의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경영 전략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MNO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 나아가는데 주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장동현 사장과 함께 51세로 SK C&C의 사장에 오른 박정호 사장은 SK그룹에서 신사업개발과 인수ㆍ합병(M&A)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전문가로 통한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박 사장 내정자는 2003년 SK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소버린 사태' 당시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았고, SK텔레콤의 사업개발실장과 사업개발부문장을 맡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비서실장에 이어 SK하이닉스 인수 과정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면서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투터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이 SK C&C 등기이사에서물러날 당시 후임 등기이사로 등재된데 이어 이번에 사장으로 발탁 승진한 것도 최 회장의 신임이 강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SK C&C 부사장으로 재직하며서 글로벌ㆍ온라인에 기반을 둔 엔카 성장 모델 개발과 ISDT 인수를 통한 글로벌 반도체 모듈 하우스 진출, 혼하이 그룹과의 전략적 사업 파트너링 등 SK C&C의 신성장 사업 발굴과 글로벌 협력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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