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미국과 중국발 리스크 확산에도 신흥국 통화들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원화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일 원화가 준안전자산으로의 위상은 유지되고 있으나, 대외 불안이 이어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중국에서 촉발된 금융불안이 한 단계 격상된 데 대한 우려다.

전문가들은 튼튼한 외환보유액과 단기외채 감소 등 보호막 재료에도 'G2(주요 2개국)'발 불안이 원화의 취약성을 끊임없이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19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투매현상은 원화자산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8월 한달간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 절하율 비교 : 원화 절하율은 0.23%에 불과>

이러한 우려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제기됐다.

한은이 전날 공개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 원화 환율이 기초경제여건보다는 외환시장의 쏠림현상(herd behavior)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며 "위안화 절하가 가세함에 따라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외환시장의 흐름이 급격히 반전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외국인의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달러 강세가 심화될 경우 외채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화환율이 안정적이고 점진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원화가 준안전자산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미국발 금리인상 이슈와 중국 경기불안이 이어지는 한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대외 불안요인이 강한데다, 외환 당국도 수출 경쟁력 등을 감안해 원화 약세를 당분간 용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원화흐름은 현재 전적으로 미국 금리와 중국발 이슈에 달려 있다"며 "점차 원화가 안전자산이라고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날 아시아장에서 위안화 규제가 호재로 봤는데 런던시장에서 악재로 봤다"며 "중국 규제로 달러 매수세가 제한된다 해서 매수세 줄어든다 생각하는 건 타당치 않다고 본다. 규제면 무조건 '리스크 오프'다"라고 설명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다른 신흥국가와 다르게 튼튼하고 대외자산도 많아지고 있어 원화의 체력이 전보다 강해진 것은 맞다"며 "다만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재료가 있는데다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한 단계 커졌다는 점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원화의 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도 원화 환율이 나홀로 폭등하는 것은 막겠지만 이번 8월 수출데이터가 부진했던 점을 봤을 때 다른 신흥통화와 발맞춰 약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국도 원화 약세를 용인하고 유도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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