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7만t급 탱커선 특화…해양플랜트ㆍ컨테이너선 수주중단

기존 864명 더해 930명 추가 감축…전직원 임금 10% 삭감

4천530억 이외 추가 자금지원 없어…2017년 정상화 목표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STX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와 중대형 컨테이너선, LNG(액화천연가스)선 등의 수주를 중단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5만∼7만t급 탱커선과 소형 가스선의 수주에 주력하는 중소형 조선사로 전환한다.

STX조선 채권단은 11일 남대문로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실무자회의를 열고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의 사업재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채권단은 우선 STX조선의 진해조선소의 선대를 탱커선과 해상LNG주유터미널(LNGB)로 특화하고, 고성조선소는 이미 수주한 물량이 건조돼 인도되는 2017년부터 대형 블록 공장으로 기능을 변경키로 했다.

STX조선은 LR(7만t)급 탱커선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을 정도로 우수한 기술과 설계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소형-MR(5만t)급 탱커선과 LNGB도 10%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형 조선사와 수주경쟁을 해 왔던 해양플랜트와 중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의 수주를 중단하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STX조선의 사업재편을 통해 국내 조선업계의 과잉공급 및 저가수주 우려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채권단은 앞으로 새롭게 선박을 수주할 때는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를 창출할 수 있는 선박에 대해서만 수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채권단은 고성조선소를 대형 블록 공장으로 기능을 조정해 국내 조선사의 대형 블록 하청 공급사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추진하는 것 또한 국내 조선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블록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생산관리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STX조선의 다운사이징으로 인한 고용불안 등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다.

채권단은 STX조선에 대한 이러한 사업재편과 함께 강력한 구조조정도 병행해 추진키로 했다.

자율협약을 개시한 지난 2013년 4월 이후 864명(24.4%)의 인력을 감축한데 이어 올해말까지 480여명, 내년까지 450여명 등 총 930여명(34%)을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전 임직원의 임금도 10% 삭감하고, 복리후생비 지급도 중단키로 했다.

STX조선 노조는 인력감축과 임금삭감, 인력 재배치, 생산능률 극대화 등 구조조정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일체의 경영 간섭과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지난달 30일 제출한 바 있다.

채권단은 또 STX프랑스의 재매각을 추진하고, 800억원 규모의 비영업용 자산도 신속히 매각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 개시 시점에 지원하기로 했던 4조5천억원 가운데 집행되지 않은 4천530억원을 지원하되, 추가로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번에 지원하는 4천530억원은 당초 선수금환급보증(RG) 반환 등의 보증채무와 손해배상 비용 등의 용도로 편성됐던 것이나 이미 수주한 선박을 건조 또는 인도하는데 쓰기 위해 자금용도를 변경한 것이다.

다만, 빠른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존 대출분에 대한 금리를 현재 3∼5% 수준에서 1%를 낮춰주기로 했다.

채권단은 STX조선의 정상화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회계법인을 통해 2개월여에 걸쳐 정밀실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상회하고 사업 구조조정과 수주합리화, 인적 구조조정 등을 실행할 경우 2017년부터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정상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협력업체의 연쇄도산과 STX엔진 등 관계사의 연쇄 부실화 할 가능성이 있어 배제했다.

특히 대출채권 대부분이 즉시 부실화하고, RG를 대신 지급함으로써 손실을 일시에 인식해야 하는 채권단의 입장도 고려했다.

만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채권단은 STX조선이 건조중인 69척에 대한 RG 콜(Call)로 인한 선수금 환급 등 막대한 손실과, STX중공업 등 관계사의 연쇄 부실로 인한 채권회수 곤란 등 보유채권 상당 부분을 일시에 손실 처리해야 한다. 채권단은 STX조선 5조9천억원, 관계사 2조5천억원의 채권을 보유중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 방안 시행을 통해 STX조선은 내년 하반기까지 추가 신규자금 지원 없이 정상 운영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이 수주한 선박을 대거 인도하고, 신규 수주는 축소함에 따라 RG 잔액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근본적인 턴어라운드 여부 및 독자 생존 가능성에 대해 재검토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STX조선은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기 시작한 지난 2013년에 1조5천33억원, 2014년에 3천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올해 3분기에는 4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 전환했다.

기존 저가 수주 선박 대부분을 인도 또는 계약 취소하고, STX대련 청산과 STX핀란드 매각 등으로 해외 투자 손실도 정리했으며 저가 수주를 방지하고 선종 단순화 목표를 토대로 신규 수주를 철저히 관리한 영향이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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