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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吳子)는 기원전 380년경, 중국의 오기(吳起)가 쓴 병법서이다. 흔히들 병법서라고 하면 손자병법을 떠올리지만, 오자병법도 나름대로 알찬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인 오기의 행적은 오히려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자보다 더 화려하다. 오기는 젊은 시절,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의 문하에서 학문을 배웠는데, 점차 법치주의에 기초한 부국강병을 꾀하는 법가사상으로 기울었고, 그래서 실천적인 정치에 몸을 담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후 초나라 도왕(悼王, BC 401~381)의 눈에 들어 재상이 되었고, 스스로 군사를 이끌고 전쟁에 나서서 많은 공을 세웠다. 아울러 그는 귀족의 사적인 권한을 제한하고 강력한 중앙집권 정책을 시행하여 초나라를 튼튼한 나라로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든든한 후원자였던 왕이 죽자 귀족의 미움을 받았고 결국 암살되고 만다.

오자의 응변편(應變篇)에는 우리가 잘 아는 임기응변이라는 말이 나온다. 임기응변이란 변화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전술이다. “아군의 전력이 약할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가?”라는 왕의 물음에 오자는 “지형을 활용해야 합니다. 적은 병력이지만 지형을 활용하여 기습작전을 펼치면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당황할 것입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하지만 왕이 거듭하여 “불리한 지형에서 강한 적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망설일 것 없이즉각 퇴각해야 합니다.”라고 답한다. 지형이 불리할 때에는 어물어물 덤벼보았자 이길 승산이 없으니 얼른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이야기이다.

병법을 말하였지만 사실상 원리는 같다. 주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작금의 현실을 둘러보자. 주식 투자하기에 유리한 지형인가 아니면 불리한 지형인가? 그리스는 그리스대로 6월17일의 선거를 앞둔 불확실성이 가득하고, 스페인에서는 금융기관이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을 당하면서 뱅크런의 불안감이 감돈다. 사회당 정부가 들어선 프랑스는 독일에 긴축정책을 포기하고 성장정책으로 방향을 바꾸자고 주장하지만, 독일의 메르켈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유럽은 자칫 분열될 위기에 있다.

유럽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은 괜찮은가? 아니다. 고용은 조금 회복되는 것 같으나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바닥을 맴돈다. 제조업경기도 호전기미는 나타나고 있으나 확신하기는 이르다. 아직 믿을 수 없다. 이번에는 중국? 글쎄다.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7.5%로 잡은 것부터 수상쩍다. 워낙 닫힌 나라인지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최근 보시라이 충칭 당서기 축출 사건으로 드러난 권력투쟁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무성하다.예로부터 중국은 권력투쟁이 벌어지면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하였던 터. 문화대혁명이며 천안문사태, 혹은 마오쩌둥과 4인방 등등 정치적 혼란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중국의 경제는 엉망이 되었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에 비하여 낮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나 KDI 혹은 다른 기관들도 잇달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이래저래 투자자를 둘러싼 지형, 즉 투자환경은 좋지 못하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전략은 역시 오자가 이르듯 “망설일 것 없이 즉각 퇴각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오자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인유장단 기유성쇠(人有長短 氣有盛衰)”, 즉 사람에게는 저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고, 원기가 왕성할 때와 약할 때가 있다. 시장도 같다. 오를 때가 있는가 하면 내릴 때도 있는 법. 환경이 좋지 못하고 추세가 바람직하지 않을 때, 우리가 선택하는 길은하나뿐이다. 그게 뭔지 당신은 안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오래전 나는 어떤 경제신문에 주간칼럼을 쓴 적이 있었다. 제목은 “김중근의 기술적 지표 읽기”였으며, 내용인즉 기술적 지표를 매주 하나씩 소개하고 그러면서 그 지표를 이용하여 종목의 주가를 예상하는 것이었다. 꽤 오랫동안 연재되었고, 반응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글도 사실은 전에 경제신문에 싣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매주 월요일마다 나는 뭔가 다른 지표를 들먹이고 있지 않은가!

엘리어트 파동이며 일목균형표, 이동평균선, MACD, 스토캐스틱 등등 소개하는 지표는 다르지만, 결론은 같았다. 코스피지수의 추세는 좋지 못하니 얼른 도망치라는 주장이었다. 오늘도 같다. 미리 말하거니와 결론은 변함없다. 하락세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직 멀었다. 바닥을 운위하고 저점매수를 노리기에는 성급하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 혹시 바쁘신(!) 독자는 여기까지만 읽어도 된다.

오늘은 볼린저밴드와 엔빌로프(envelope)를 들먹여본다. 볼린저밴드나 엔빌로프는 유사한 기술적지표이다. 이동평균을 중심으로 위, 아래에 울타리를 친다는 점에서 똑같다. 다만 볼린저밴드는 이동평균에다 표준편차를 가감하여 위, 아래 울타리로 사용하고, 엔빌로프는 그냥 일정한 퍼센트를 가감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러기에 볼린저밴드의 폭은 들쭉날쭉하지만, 엔빌로프의 폭은 일정하다. 그러나 두 지표 모두 아래 밴드가 지지선으로, 그리고 위 밴드가 저항선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말하여 주가는 볼린저밴드나 엔빌로프의 아래, 위 밴드 안에 있지 그 바깥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의 차트를 보면 코스피지수가 볼린저밴드 혹은 엔빌로프 모두 아래쪽 밴드를 하향이탈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것은 시장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아래쪽 지지선을 구성하는 밴드를 무너뜨릴 정도로 매도세가 강력하였다는 의미이다.

기술적분석 교과서에 이르면, 주가가 볼린저밴드나 엔빌로프의 아래 밴드를 돌파하였다면 이후의 움직임에 대하여; (1)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였으니 반등이 나타나며, 이때 반드시 밴드 안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2) 그러나 밴드가 하향이탈될 정도로 시장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이므로 이후 반드시 직전저점을 무너뜨리는 하락세가 나타난다. - 라고 설명되어 있다.

5월 셋째 주에 아래쪽 밴드를 벗어났던 코스피지수는 지난주에 일단 반등하면서 밴드 안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나타내었다. 그러므로 교과서에 나오는 (1)번 움직임은 거의 완성된 터. 그렇다면 이제 남은 움직임은 (2)번 밖에 없다. (2)번 움직임이란 직전저점을 무너뜨리는 하락세를 의미한다. 참고로 직전저점은 1,779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볼린저밴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 볼린저밴드는 앞서 설명하였듯 중간밴드를 중심으로 하여 아래, 위에다 표준편차 두 배를 가감하여 만들어진다. 그리고 중간밴드는 통상 20일 이동평균선이 이용된다. 이때 통계학 이론에 이르면(골치 아픈 이야기다만) 어떤 집단이건 표본의 숫자가 늘어나면 정규분포를 형성하는데, 정규분포란 평균을 중심으로 +/- 2표준편차의 범위에 전체의 96%가 분포되는 것이다.

결국 정규분포라면 어떤 개체가 표준편차 2배의 범위를 벗어날 확률은 4%에 불과하고, 아래위 두 방향을 고려한다면 아래쪽이거나 위쪽을 넘어설 확률은 2%에 그친다는 의미가 된다. 볼린저밴드에서 표준편차의 2배를 가감하여 밴드를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만큼 확률이 낮으므로 밴드를 벗어나지 않으며, 또한 위, 아래밴드가 지지선이나 저항선이 된다는 뜻이다.

골치 아픈(그래서 나 역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이론 이야기가 길어지고 말았는데... 여하간 차트를 보면 달러-원 환율은 최근 볼린저밴드의 위쪽 밴드를 벗어났고, 아울러 위쪽밴드의 벽을 타고 기어올라가는 모습이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앞서 설명하였듯 코스피지수와 같다. 즉 (1) 일단 밴드 안쪽으로 들어갈 것이며, (2) 그러다가 다시 전고점(달러-원의 경우는 코스피지수와는 반대로 위쪽밴드를 벗어나고 있으므로)을 돌파하는 상승세가 나타날것 - 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볼린저밴드에 대하여 잘못 아는 분들은 자칫 오해할 수 있다. 그래서 앞서 이론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인데... 현재의 달러-원이 위쪽 밴드에 닿았다고 하여 저항을 예상하거나 혹은 과감하게 매도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위쪽 밴드를 벗어날 확률이 2%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밴드를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더구나 시장가격이 밴드를 타고 오를 때에는 그만큼 매수세가 강력하다는 뜻이므로 밴드에닿았다고 하여 상승추세가 바뀌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달러-원의 경우 지금을 고점매도의 찬스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말이 된다. 물론 심리적으로 보아 현재의 달러-원 환율 상승세는 과도한 수준이고, 당장 위쪽으로 1,200원이라는 저항선이 버티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상승추세가 여기서 꺾일 것으로 보는 것은 - 거듭 말하지만 - 성급한 판단이다.

현재로서는 (1)번의 움직임, 즉 밴드 안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공산이 높다. 즉 다소간의 조정, 하락이 예상된다는 이야기이다. 차트로 해석한다면 위쪽에 버티는 1,200원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하락이 예상되는 것이며, 아울러 차트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해석한다면 당국의 개입도 부담스러운데다 월말을 맞아 네고물량도 나올 법하기 때문. 그러므로 이래저래 달러-원은 이번 주 당장에는 약간 하락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서 주장하였듯 그건 볼린저밴드 이론으로 말하여 (1)번 움직임에 불과한 것. 아직 (2)번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숏’을 주장하기는 이르다. 나는 여전히 ‘롱’ 전략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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