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원유 공급과잉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유가 상승에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14년 6월 이후 약 70% 가까이 폭락한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지나치다는 인식에 일부 헤지펀드들이 에너지 관련 주식이나 회사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회사채와 해외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인 PVE캐피털의 창립자 제나로 푸치는 "그동안 에너지 가격 하락에 베팅해왔으나 지난 2주 전부터 에너지 섹터에 대해 낙관적인 의견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인 컨티넨털 리소시즈와 석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업체인 킨더모건 등 여러 에너지 관련 업체의 회사채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에너지 관련 회사채 가격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된데다 국제유가가 30~40달러 사이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매수 배경이 됐다.

유가 하락 전망으로 큰 수익을 거둬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피에르 앙듀랑 헤지펀드 매니저도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아직 조심스럽지만 건설적인 유가 흐름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앙듀랑캐피털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앙듀랑 매니저는 유가가 배럴당 2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작년 가을 예측한 바 있다.

인터컨티넨털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머니매니저들의 브렌트유 선물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주 무려 12.4% 증가했다. JP모건체이스는 헤지펀드들이 석유 관련주 상승에 베팅한 규모가 지난달 18일로 끝나는 한 주간 약 77%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헤지펀드의 유가 상승 베팅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 2014년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을 무렵 석유·가스 관련 업체에 대거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여전히 큰 손실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번 베팅의 결과도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이 감산 기대감과 주가 바닥 전망에 근거해 작년말 원유 관련주를 사들였으나, 연초 유가 급락으로 해당 투자가 너무 일렀다는 점이 입증됐었다.

WSJ은 향후 유가가 순조롭게 상승하리라고 보는 시장 참가자들은 아직 드물다고 지적했다. 원유 공급과잉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글로벌 성장둔화 우려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브리지캐피털의 로버트 듀건 파트너는 "단기적으로 유가에 부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다만 듀건 파트너는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는 유가가 갑자기 반등할 가능성도 있어 헤지펀드들이 추가 하락에 베팅하기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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