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오진우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공단, 한국투자공사(KIC) 등 국내 큰손이 영국 부동산에 투자한 자금이 5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영향으로 영국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 국민연금, 3천500억원 규모 부동산 투자…영향없나

국민연금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영국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현재 보유중인 부동산 투자는 2건이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 1천700억원 규모로 40그로브너플레이스 오피스빌딩, 2010년에 1천800억원 규모로 개트윅 공항에 각각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2014년 HSBC은행 건물 빌딩을 1조원의 차익을 남기고 처분해 투자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부동산의 경우 원금 회수가 아직은 불확실하다.

개트윅 공항은 배당 등으로 수익을 올려 원금의 97%를 회수했지만 40그로브너플레이스 빌딩은 배당으로 50%의 자금을 회수하는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아직 영국 부동산을 언제 처분할지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배당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어 손실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영국에 투자할만한 부동산이 있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배당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영국 파운드화 가치하락과 부동산 펀드런(대규모 환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면 그만큼 부동산 투자 건에서 환차손이 발생할 우려가 생기기 때문이다.

파운드화 가치는 파운드당 1.28달러까지 밀려 198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부동산에서 펀드런에 따른 잇따른 환매 중단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환매를 중단한 영국 부동산 펀드는 사흘새 7개로 늘어났고 원화 37조원 가량의 자금 가운데 27조원이 묶이게 됐다.

◇ KIC 1천344억원 부동산 투자…아직은 불안

KIC가 영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대체투자는 국민연금의 절반 수준이다. KIC가 보유 중인 영국내 부동산은 지난 2012년 초 구입한 런던 오피스필딩 하나 뿐이다.

구입당시 가격은 7천500만파운드(약 1천344억원) 이었다.

KIC는 지난해에 런던 사보이호텔 매입도 진행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투자를 중단한 바 있다.

KIC에 따르면, 최근 환매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부동산 펀드에도 투자 내역은 없다.

KIC는 3~4개 유럽내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소수 기관들만 참여하는 사모펀드다. 최근 환매 중단 조치로 문자가 되고 있는 펀드는 다수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리테일 펀드다.

KIC 관계자는 "최근 일반 투자자들의 환매가 몰리면서 환매 중단 조치가 내려진 펀드들은 영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테일 펀드"라면서 "KIC는 리테일 부동산 펀드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국내 부동산이나 펀드 등에 대한 직접적인 익스포져는 크지 않은 셈이다.

다만 KIC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지역 전역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등에는 투자가 되어 있는 만큼 영국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KIC 관계자는 "런던 사무소 등을 통해 현지 부동산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향후 시장 흐름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英부동산 불확실성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영국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질 수 있어 그만큼 향후 수익 실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영국 부동산의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며, 아직 브렉시트가 현실화하지 않았는데도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거래가 중단되고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과 같이 영국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 이어질 경우 불가피하게 부동산을 매각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손실을 보는 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B 자산운용사 대표는 "브렉시트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위기가 증폭되면 추가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해외대체투자에서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경우 파운드화 하락으로 배당 이득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C 자산운용사 임원은 "현재 영국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은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은 환헤지를 하지 않아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배당 수익에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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