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현장에서 손실을 지속하고 국내 주택사업에서 입주리스크가 높아지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진단됐다. 원가율을 조정하면서 양호한 입주 실적 등을 지켜야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28일 건설 부문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해외건설은 남아 있는 미청구공사에서 잠재적인 위험이 있고 준공이 임박한 손실 현장의 진행 상황에 따라 공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형 프로젝트의 원가 상승 여부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건설 미청구공사 중 ▲준공이 임박한 사업장에 누적된 미청구공사 ▲누적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비율이 감소하지 않은 경우 ▲과거 손실이 발생한 해외 사업장의 미청구공사 ▲플랜트 공종의 미청구공사 비율이 높은 경우 ▲2010~2012년에 중동 3국(사우디, UAE, 쿠웨이트) NOC(국영석유기업)가 발주한 미청구공사 등을 손실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손실 현장의 미청구 공사는 약 1조원이고 중동 3국 NOC로부터 수주한 현장의 작년 9월 말 미청구공사도 5천억원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미청구공사의 잔액은 줄고 있지만, 잠재위험이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올해는 상당수의 현안 프로젝트가 준공 과정에서 손실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권 실장은 파악했다. 내년에나 잠재위험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신규수주도 만만치 않다. 중동 화공플랜트 발주가 기대되지만, 저가 수주의 경험으로 수주활동이 위축됐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유럽계 건설사들과 경쟁도 불가피하다.

해외사업의 손실을 메워주던 국내 주택사업도 입주리스크 등을 견뎌야 한다. 지난 2015년부터 활발히 전개된 분양은 올해부터 입주를 맞는다. 주택 경기 하락 우려에 누적된 공급까지 악재는 추가되고 있다.

한신평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선정한 미분양관리 지역과 미분양부담이 누적된 지역, 주택가격이 하락한 지역을 중심으로 입주리스크를 분석했다. 앞으로 입주물량 부담이 큰 지역으로 ▲경기 ▲경남 ▲경북 ▲충남 ▲충북 등을 꼽았다.

올해보다 내년이 장기평균 초과물량이 더 많을 수 있는데 모니터링 지역 내 공급 비중이 높은 건설사는 대림과 대우, GS건설로 지목했다. 세 건설사 다 50%를 넘겼다.





이중고를 겪을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차환이 여의치 않은 만큼 영업 측면의 자금 소요와 보유 유동성, 차입금 차환 등 유동성 대응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신평은 강조했다. 남은 장기미착공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상대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권 실장은 "건설사들이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원가율을 조정해 주요 현안 현장의 손실을 제한적인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고 미청구공사는 불확실성이 높은 부문에서 유의미하게 줄여야 한다"며 "주택사업은 입주 실적이 양호하고 미분양을 유지하거나 감소시켜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룹 소속 건설사는 계열사 지원 가능성, 비그룹 건설사는 유동성 대응능력과 위험 대비 자본 여력 등을 살필 것이다"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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