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우여곡절 끝에 결국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예상된 결과였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제시한 조정안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국민연금기금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어서다. 반대 결정을 내렸을 때 대우조선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 뿐만 아니라 조선업,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도고려됐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투자위원회를 열어 산업은행이 제시한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찬성함에 따라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열릴 사채권자 집회에서 자율적 채무조정안이 무리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1조3천500억원 중 30%에 육박하는 3천900억원을 들고 있고, 우정사업본부(1천800억원), 사학연금(1천억원) 등 연기금들이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을 찬성한 이유 중 하나는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보다 조정안이 출자전환비율이 낮아 당장의 기금 손실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산은과 정부는 지난 달 말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자에 대해서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3년 유예, 3년 분할상환하는 것을 전제로 대우조선에 2조9천억원을 지원하는 자율적 채무조정안을 내놓았다.

산은은 조정안에 합의하지 못해 P플랜에 돌입하면 출자전환비율이 90% 가량으로 늘어나 손실액이 커진다는 점을 들어 국민연금을 설득했다.

대우조선 출자전환 기준가는 지난해 12월 산은이 출자전환했던 가격과 동일한 주당 4만350원인데, 업계에서 추정하는 거래 재개 이후 주가는 5천원대여서 출자전환 비율이 커질수록 손실도 확대된다.

경제적으로봐서는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나 국민연금은 고민을 거듭했다.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최순실 트라우마'로 손실을 확정하는 결정을 직접 내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분식회계로 얼룩진 부도덕한 기업에 특혜 지원을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 때문에 산은과 국민연금은 회사채 보증 수준을 가지고 실무진과 협상을 계속해왔다. 국민연금은 상환유예분 회사채에 대해 보증에 가까운 조치로 찬성 명분을 마련해달라고 산은에 요구했지만, 산은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했다.

결국 산업은행과 정부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채권자의 청산가치(회수율 6.6%)에 해당하는 금액 990억원을 대우조선 명의의 별도계좌에 담보로 제공하는 안을 제시했고, 최소한의 명분을 확보한 국민연금도 회생안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반대 결정이 대우조선과 금융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여파도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돌입하면 대규모 발주 취소가 발생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건조 중인 선박과 해양설비 114척 중 최대 40척이 취소된다는 분석도 업계에서 나왔다.

해외 선주들의 계약 줄해지가 대규모 선수금 환급요청(RG콜)으로 이어지게 되며, 이 경우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선 금융기관들은 계약금을 다 물어줘야 해 4조원 이상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됐다.

거제시장은 대우조선 법정관리에 따른 지역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정부와 산은, 대우조선과 협력사, 지방자치단체 등의 전방위 압박에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반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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