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사표 처리 된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CIO)을 대신할 직무대리로 다음 서열인 운용전략실장이 아닌 해외증권실장을 임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국민연금공단은 강면욱 CIO의 사임 표명에 따라 지난 22일 강 CIO를 의원면직하고 조인식 해외증권실장을 직무대리로 임명했다.

지난 17일에 사의를 표명한 강 CIO의 사표는 일주일 만에 처리됐다.

국민연금은 이사장과 CIO의 동반 직무대리 체제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강 CIO는 2016년 2월, 제7대 국민연금 CIO로 취임해 1년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199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생긴 이후 역대 7대 CIO 가운데 가장 짧은 재직 기간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문형표 전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후 7개월 이상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인식한 듯,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신임 CIO 취임 시까지 직무대리와 실장, 리스크관리센터장 등 9명이 참여하는 '기금운용 비상점검위원회'를 매일 운영한다.

전일 오전 첫 위원회를 개최하고 오후에는 팀장 등 30여 명이 참여한 전체회의를 통해 주요 현안을 점검하는 등 위기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조인식 CIO 직무대리는 "최근 기금이 600조 원을 돌파하고 올해 상반기 주식 성과 등도 양호한 편이나, 국내외 투자 여건이 여전히 녹록지 않은 만큼 운용 수익 제고와 리스크 관리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직무대리는 기관의 2인자가 맡는다.

최근 운용자금 600조 원을 넘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운용본부장 아래 1센터, 7실, 3해외사무소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전문적인 관리와 운용을 위해 금융시장 분석, 포트폴리오 관리, 투자상품 매매, 위험관리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들을 배치, 운영하고 있는데, 기금운용본부장 아래에 운용전략실과 리스크관리센터가 있어 사실상 운용전략실장이 2인자로 통한다.

그런데도 국민연금기금은 이번에 강 CIO 직무대리로 이수철 운용전략실장이 아닌, 이수철 실장 아래의 해외증권실의 조인식 실장을 임명했다.

해외증권실은 해외주식위탁팀, 해외주식직접팀, 해외채권팀, 외환운용팀을 두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기금이 키우고 있는 해외투자를 진두지휘하는 곳이다.

강 CIO는 사임 직전 인사에서 해외주식과 해외채권 포트폴리오 총 109조 원가량을 관리하는 해외증권실장에 조인식 실장을 임명했다.

조 실장은 주식운용실장을 지냈다. 조 실장은 강면욱 CIO 취임 후 리스크관리센터장에서 주식운용실장으로 보직을 바꿨고, 벤치마크(BM) 복제율 가이드라인 작업을 맡아서 진행했다.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의 정상화의 '선봉장'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피데스투자자문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을 거쳐 2011년부터 기금운용본부에 합류했다.

주식 포트폴리오 정비 후 국민연금이 지난해 국내 주식에서 5.64%의 수익률을 거둬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 조 실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국민연금기금이 해외투자를 오는 2022년 전체 운용자산 중 40%까지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강 CIO는 조 실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해외증권실장에 발탁했다.

조 실장은 추진력이 강하고 원리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합리적인 성격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조 실장이 오랜 기간 리스크센터장을 했고, 국내 주식에 이어 해외증권도 담당하는 등 국민연금기금을 가장 잘 아는 인사"라며 "초유의 국민연금기금 위기 국면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대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 역시 "현재 기금본부 운용역 중에서 경력으로 봤을 때 가장 선임 실장이며, 이 이유로 이원희 기획이사가 조 실장을 직무대리로 선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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