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내년 상반기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이 몸집 키우기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간접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댄 데 이어 현재 매각이 추진 중인 하이투자증권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인수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면서 덩치를 줄여왔던 상황을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을 통해 다시 이전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시도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인수하기 위해 IMM프라이빗에쿼티가 구성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수가격의 최소 30% 정도를 출자하는 것을 두고 고민 중이다. 투자에 따른 효익이 클 것으로 판단할 경우 출자 규모를 50% 선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 중 내부 의사결정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주체인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 참여해 지분 6%를 확보한 3대 주주다.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유한 잔여지분을 완전히 매각할 경우 국민연금(8.45%)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투자'는 지난 6월 사모펀드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에 지분 투자를 했던 것과 같은 구조다.

캐피탈과 저축은행, 증권사까지 계열사를 확장하는 과정에 과점주주가 참여함으로써 우리은행은 향후 이들 계열사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가 쉬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 전환 이후 최종적인 주인이 되기 위한 일종의 단계적 절차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금융지주사 전환 이전에 인수할 경우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양도차익 등의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증권사 인수에 시급성을 두지 않았던 우리은행이 간접투자 형식을 빌려 증권사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금융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전체 수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경우 지주사 전환에 따른 효과와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전 조치인 셈이다.

우리은행은 당초 국내 유일의 종합금융사인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하고서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전업 종금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금융투자업권의 리테일 고객을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이 비은행 부문 수익 강화를 목적으로 증권사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략을 바꿨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해 통합 KB증권을 출범하면서 인수에 따른 효과를 크게 누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증자 참여를 통해 대형화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증권사 매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전략 변경의 이유가 됐다. 삼성증권 매각이 거론되고는 있으나 삼성그룹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과거 14개 계열사를 거느렸던 우리은행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 비금융 자회사 6개와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을 매각함에 따라 현재 우리카드와 우리종금만을 자회사로 갖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만, 보험사 인수는 금융지주사 전환 이후 중장기적인 전략 차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IFRS 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의 자본확충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로 인수를 추진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이유인 것으로 파악된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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