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외국인은 북한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북미간 신경전이 이어짐에 따라 지난 한 주 동안 국채선물을 투매했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북한 리스크를 저가매수 기회로 삼는 등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14일 수십 년간의 경험상 북한 리스크가 실제 전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매매동향 일별추이(화면번호 3803)에 따르면 북한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주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일평균 약 1만1천 계약, 지난주 전체로는 5만6천857계약 대량 매도했다.

현물채권도 전체적으로는 순매수를 보였지만, 지난 6월 말 외국인 현물채권 대량 매도 이후 가장 낮은 매수세를 나타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의 국채선물 대량 매도는 북한 리스크로 인한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상승과 원화 약세가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시작으로 미국과 북한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그 영향이 온전히 금융시장에 전해진 듯하다"며 "8월 들어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4bp 이상 상승했고, 2년물 CDS 프리미엄은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 위험에 대한 보험 성격을 가지고 있다. CDS 프리미엄이 오른다는 것은 투자자들인 한국 채권의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한국 5년물 CDS 프리미엄 추이>

원화 약세도 외인의 국채선물 매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상승할 때 국채선물 매도가 확대됐다"며 "다만,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중심으로 투매에 나설 때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북한 리스크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본부장은 "경험상 북한 뉴스가 불거질 때는 밀리면 매수 기회라고 봐왔다"며 "미국과 북한이 물러섬 없이 맞서는 모습에 시장이 좀 더 밀릴 수 있지만, 매수세가 들어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위기는 북한 리스크처럼 크게 이슈가 된 사건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온다"며 "최근 외인의 영향력도 약해졌고, 과거보다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좋아져 매수 기회로 접근할 것이다"고 전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좀 더 거칠게 말하면, 어차피 전쟁이 나면 국내 투자자들의 포지션은 무의미해진다"며 "선택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과거의 경험상 전쟁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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