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이 빠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집값이 오르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구두 경고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시장이 자율정화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했다.

18일 국토연구원의 부동산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8·2대책 발표 전인 지난달 서울 서초구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상승 국면 3단계에 들어섰다.

통계가 작성된 이래 특정 시군구가 소비심리지수 상승 국면 3단계를 나타낸 적은 처음이었다. 서초구는 전월까지 상승 국면 2단계였지만, 한 계단 올라서며 새 기록을 썼다.

소비심리지수는 하강, 보합, 상승 세 방향으로 구분된다. 방향마다 다시 세 단계로 나뉘는데 상승 국면 3단계는 소비심리지수가 최소 175를 넘어야 한다. 부동산이 호황이던 작년 이맘때에도 이 수준의 심리지수는 찾기 어려웠다.





소비심리지수는 설문을 수치화한 통계인데 긍정적인 응답이 많을수록 높아진다. 응답자의 75% 이상이 서초구에서 주택을 매매하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했다는 뜻이다. 서초구 반포동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매물 등에 대한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다.

8·2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서초구의 관련 호가는 떨어졌지만, 정부는 긴장의 고삐는 놓지 않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이 시간이 지나고 다시 오를 기미가 보이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음을 밝혀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더 강력한 대책의 정체에 대해 설왕설래지만, 이번 발언은 그간 정부의 정책 시그널과 성격과 방식이 다소 다르다. 정부는 작년 1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조정대상지역의 선정기준(청약경쟁률, 가격상승률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올해 6·19 대책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직접 언급했고 이는 8·2 대책에서 현실이 됐다.

이전에는 정부가 규제 대상의 예상 가능한 상황과 강도를 시장참가자들이 알도록 암시했다면 이번에는 실행의 뜻만 내비친 '경고'인 셈이다. 최근에도 집값이 오름세였다면 사실상 구두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주택자, 투기세력과 본격적인 심리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정권 초기라 시장에 개입할 시간이 충분한 만큼 시장 스스로 깨닫길 원한다는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정부가 추가대책이 있어서 얘기했다기보다는 정책 방향을 견고히 하기 위한 이야기들의 반복일 수 있다"며 "정권 교체가 약 3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얼마든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고 이를 마켓(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학습시키고 인지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정부가 왜 이런 얘기를 계속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집값의 하락 조정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거나 유도하는 상황으로 이해되진 않는다"며 "다주택자와 가계부채가 급히 늘지 않으면 더 손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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