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노조가 승소한 데 이어 한국GM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노조가 이기면서, 바야흐로 자동차업계가 통상임금 문제로 비상에 걸렸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는 한국GM 사무직 근로자와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회사에 밀린 임금과 퇴직금 90억원을 전·현직 근로자 1천482명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사무직 근로자들의 업적연봉과 조사연구수당, 조직관리수당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데 따른 결과다.

한국GM은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판례를 인용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국GM과 근로자들 사이에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겠다는 사전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이같이 판결했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규정했으나 사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엔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간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기아자동차도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서 노조에 부분 패소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4천여억원 규모를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실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조원 안팎 정도로 추산됐다.

자동차업체들이 잇따라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통상임금 판결이 인건비 등 비용을 상승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고정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기업의 투자역량 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국내 자동차회사의 인건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제조업 부문에서 인건비가 10%만 넘어가도 투자할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우리는 1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기아차와 한국GM을 비롯해 현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자동차그룹 일부 계열사와 쌍용차 등도 통상임금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렸던 자동차업체 간담회에서도 이러한 우려들이 고스란히 제기됐다. 자동차업체 대표들은 간담회에서 한목소리로 통상임금 관련 규정을 명확하게 해줄 것을 촉구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간담회 직후 "통상임금 관련해서만 이야기했다. 통상임금 관련 법적인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가 통상임금 관련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계 부처가 협의해 국회에서 통상임금 규정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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