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운용 늘려…스타일 지키면 단기 수익률로 자금 회수 안해



(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14일 "과거에는 6개월 정도 수익률을 평가해서 수익이 나지 않고 하위에 머물면 자금을 회수했지만, 이제부터는 최소 3년 등 장기 수익률로 평가할 것"이라며 "극단적인 수익률 저조만 아니면 3년까지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위탁운용사 실사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은 스타일 일관성과 장기 수익률을 본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국민연금 자금 위탁운용사 선정 방법에서 가장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1년 수익률이 평가 지표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과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거의 6개월 수익률로 위탁운용사를 평가했다. 매일 매일 수익률을 확인했고, 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수익률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모멘텀이 있는 주식에 '몰빵'을 했고, 거의 이 몰빵 주식에 따라붙는 '수익률 레이싱'을 펼쳤다.

강 본부장은 단기 평가를 없앴다.

1년, 3년, 5년 수익률을 3분의 1씩 반영해 평가했던 기존 평가 기준에서 1년 수익률을 과감하게 없앴다. 3년과 5년 수익률에 어차피 1년 수익률이 포함되기 때문에 1년 장사를 망치면 국민연금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던 구조를 바꾼 셈이다.

강 본부장은 "수익률이 극단적으로 나쁘지 않고, 우리가 준 스타일에 충실하게 운용한다면 3년까지는 보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3년, 5년 성과만 본다는 방침을 정했다. 전년 대비 연 수익률이 -7%, -9% 이를 정도로, 극단적으로 수익률이 나빠지는 수익률 저조 펀드에 들지 않으면 단기간에 자금 회수는 거의 없다. 물론 저조 펀드에 포함되면 1년 내에 자금이 일부 회수될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이 강조하는 스타일 일관성은 말 그대로 대형주 펀드는 대형주 위주로, 중소형주 펀드는 중소형주 위주로, 유형에 맞게 운용해 달라는 요구다. '+α'를 위해 대형주 펀드인데 열어보면 중소형주가 많이 들어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강 본부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운용 외에 위탁운용을 하는 것은 시장 색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인데, 대형주 타이밍이 와서 대형주 자금을 추가 집행하려고 해도 스타일을 지키지 않으면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며 "유형의 특성, 즉 스타일의 일관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직접운용은 워낙 자금이 큰 탓에 벤치마크를 따라가는 인덱스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위탁운용은 인덱스 투자가 아니라, 대형주와 중소형주, 배당주 등 8개 유형으로 나뉜다. 시장 흐름에 따라 스타일에 따라 자금을 넣고 빼면서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작년까지 위탁 성과가 부진했던 것 역시 유형의 특징에 맞지 않게 운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판단이다.

작년 국민연금의 직접운용 수익률은 9.67%에 달했지만, 위탁운용은 3.48%로 부진했다. 올해 역시 직접 운용이 위탁 운용 수익률을 앞지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위탁운용사 스타일 평가를 위해 자체 개발한 평가 지표를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본격 가동이 가능하다.

강 본부장은 "작년과 올해 상반기까지 위탁운용 수익률이 좋지 않아 직접운용으로 자금을 소화하고 위탁으로는 자금 집행을 거의 하지 못했다"며 "자체 개발 지표도 거의 완성된 만큼 위탁 자금 배분은 올해 남은 기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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