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후 생활에 대한 대비가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열악한 중소기업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가 보험업계에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정부의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추진 등으로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주요 보험사의 중소기업 맞춤형 상품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86.7%에 이르고 있는 데 반해 30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보험회사는 대기업 위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특화된 서비스 제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보험회사의 단기적인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중심으로 영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들어 정부가 퇴직연금 가입의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가입률이 낮은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 확대가 예상된다.

정부는 중소 영세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퇴직연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지난 4월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가 개인형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고령자의 소득수준은 낮아 퇴직연금 가입 필요성이 높은 만큼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공적연금 보험료율도 한국의 국민연금이 9%로 미국의 12.4%에 비해 3.4%포인트 낮고, 공적연금가입률도 한국이 올해 기준 78.2%로 미국의 2013년 기준 94.0%와 비교해도 15.8%포인트 낮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퇴직연금 운영비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저렴한 비용으로 일원화된 서비스를 받길 선호한다"며 "해외 보험회사는 대기업에 대한 서비스 차별화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서비스 차별화가 더 쉬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중소기업 중심으로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일본 보험회사들은 중소기업에 특화된 일괄형(번들형) 서비스를 개발해 중소기업 퇴직연금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메트라이프는 대형 자산운용사에 밀린 대기업 대상 퇴직연금시장에서 철수하는 반면, 중소기업 특성을 고려한 일괄형 서비스를 개발해, 중소기업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일본생명 역시 그룹 내 관계회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일괄형 서비스를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일괄형 서비스는 제도설계부터 운용 및 자산관리까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해주는 퇴직연금 서비스로 미국과 일본 보험회사는 2000년 이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퇴직연금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류 연구원은 "정부의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추진 등으로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 확대가 예상된다"며 "국내보험회사도 퇴직연금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 규모별과 특성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일괄형 서비스 개발 등에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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