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확대하자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부 대형 외국계은행 서울지점이 외환(FX) 스와프 시장에서 원화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 이들 은행의 본점들이 국내(로컬) 은행에 달러를 주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데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아직은 일부 특정 외은 지점에 한정된 움직임이어서, 외화자금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 빈도가 늘어나고, 강도도 커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당국은 일부 외은 지점의 이러한 거래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영국계 2∼3곳의 외은 지점이 FX 스와프 시장에서 국내 은행들과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FX 스와프 거래는 달러와 원화를 교환하는 장외 거래로, 외은 지점은 주로 국내 은행에 달러를 공급해 주고 원화를 받는 셀앤드바이(sell & buy) 거래를 해 왔는데 최근 일부 지점은 국내 은행과 이러한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데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원화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원화 포지션을 줄이거나 없애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한 지난 7월 4일 이후 국내 은행과의 거래를 크게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28일 ICBM 화성-14형 추가 발사, 8월 괌포위 사격 발언, 8월 29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9월 3일 6차 핵실험 등 북한의 무력 도발 강도가 커질수록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 외은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완화하면 재차 거래를 재개하면서 시장 상황을 태핑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전했다.

불안 불안해 하면서도 리스크 관리와 거래를 동시에 이어갔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럽계 외은의 지점은 아예 원화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스크 관리 차원이 아닌 리스크 '프리(free)'에 들어간 것이다.

원화 포지션을 100% 제거하기 위해 본점에서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외은 지점은 지난 14일 FX 스와프 시장은 물론 통화스와프(CRS) 시장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CRS 단기물 원화 물량을 줄이기 위해 비드호가(매수)와 오퍼호가(매도)를 2bp 역전시키는 일도 있었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일부 외은 지점 중에서도 유럽계 은행이 원화 포지션 축소에 적극적이다"고 전했다.

거래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거래가 체결될 수 없는 초이스 상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연합인포맥스가 8일 송고한 <'초이스' 호가 쌓이는 FX스와프…이유는> 참고)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변동증거금(VM) 신용보강부속서(CSA) 문제와 맞물려 일부 외은 지점이 국내 은행과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는 시장참가자들은 "우려가 과도한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과 가격 측면에서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사항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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