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부진한 물가 상승세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기존 계획대로 이어가겠다고 밝힌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연준의 긴축에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믿지 않는 덕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 회의에서 FOMC 참가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1.375%, 내년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2.125%로 유지했다.

현재 연방기금(FF) 금리가 1.00~1.25%(중간값 1.125%)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추가 1회, 내년 3회 금리 인상 계획을 유지한 셈이다.

하지만 연준은 올해 근원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종전 1.7%에서 1.5%로, 내년 예상치를 2%에서 1.9%로 낮췄다.

재닛 옐런 의장은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물가 오름세가 둔화된 데 대해 '미스터리'라고 말해 물가 정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 금리 정상화 과정의 종착지라고 할 수 있는 장기(long-term) 금리에 대한 전망치인 중립금리 추정치는 2.750%로 25bp 하향됐다.

니혼게이자이는 물가에 대한 고민이 강해지고 중립금리는 하락하는데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배경에는 '금융환경의 완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노선을 밟고 있는데도 주가 상승과 저금리가 이어져 기업과 개인의 자금 조달은 점점 쉬워지고 있다. 연준이 긴축을 이어가고 있는데 오히려 금융 완화기와 같은 상황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7일 한 강연에서 현재 물가 상승세가 목표치를 다소 하회하고 있지만 금융 완화를 단계적으로 제거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더들리 총재는 금리 인상 경로가 '계속해서 얕을(shallow) 것'이라고 말했으나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에도 금융환경이 완화된다면 더 적극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연준은 지난 6월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와중에도 주가와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게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시장이 내년 이후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믿지 않고 있다는 점이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초래했으며, 이는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2019년 말까지 2회 정도의 금리 인상만 반영하고 있다. 올해 12월에 금리가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향후 2년간 한 차례만 금리가 인상된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연준은 약 6회의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어 시장과 큰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시장 친화적인 연준'을 전제로 주가가 오르고, 이처럼 들뜬 시장 상황을 보고 연준은 금리 인상 논리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연준이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 '시장이 금리 인상을 믿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기묘한 논리가 돼 버린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시장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우왕좌왕하는 리스크가 항상 따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부진한 물가 지표에도 금리 인상을 밀어붙여 연준의 매파 이미지가 결국 시장에 반영돼 주가가 난기류에 빠지면 결국 연준이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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