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김용갑 기자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갈등으로 촉발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는 국내 유통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신세계와 롯데 등 국내 대표 유통기업들은 중국 내 매장 철수를 진행하고 있는 동시에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계도 중국 시장에 의존하기보다는 매출 구조 다변화를 통한 신규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사드 직격탄 맞은 유통 공룡

중국은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이후 한국 상품 불매 운동과 여행상품 판매 금지 등 혐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사드 부지가 확정된 올해 2월부터는 본격적인 경제보복을 가했다.

가장 피해 규모가 큰 기업은 롯데다.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99개 가운데 88.9%에 해당하는 87개(영업정지 77건, 임시휴업 10건)가 문을 닫았다. 현재 12곳만 정상영업중이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올해 1∼8월 중국 내 매출은 4천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천600억원)보다 7천500억원(64.7%)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천450억원으로 전년동기 영업손실(650억원)보다 적자가 800억원 늘었다.

롯데마트는 올해 전체로는 중국 매출이 지난해보다 1조2천250억원(73.1%)이 줄어든 4천500억원에 그치고 영업손실도 1천200억원 늘어난 2천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롯데는 적자 누적을 견디다 못해 중국 내 롯데마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지만, 적자가 쌓여 구조조정을 하면서 현재 6곳만 남았다.

이마트는 중국 매장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고객 급감으로 면세점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에만 2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올해 안에 개장이 예상됐던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과 무역센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각각 내년 말, 내후년초까지로 개장 시한이 연기됐다.

◇ 중국 시장 편중 실감한 화장품·식품업계

화장품업계와 식품업계도 중국 시장 편중을 실감하고 있다.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상반기에 전년 동기대비 6.1% 감소한 3조2천683억원의 매출과 전년대비 30.2% 줄어든 5천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만 따져보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8% 줄어든 1조4천130억원의 매출과 57.9% 감소한 1천304억원의 영업이익이라는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면세 채널이 14.7% 역성장했다. 매출 하락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고 중장기 투자는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식음료업계도 하반기 뚜렷한 전망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은 50% 가까이 줄었다. 제품 주문이 중단되고 반품이 이어지면서 매장 철수도 잇따랐다.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사드 피해로 인해 하반기에도 사상 최악의 실적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시장 다변화 꾀하는 유통업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유통업계는 시장 다변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주 타깃 시장은 동남아시아다.

롯데는 인도네시아 재계 2위 살림그룹과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지난 10일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www.ilotte.com)를 오픈했다.

베트남 시장도 떠오르고 있다.

2008년 12월 남사이공점 개점으로 베트남에 첫발을 디딘 롯데는 최근 3~4년간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 왔다. 현재 1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브랜드(PB) '초이스엘'을 앞세워 연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2015년 호찌민 고밥점을 시작으로 2019년 호찌민에 2호점을 열고 2020년까지 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몽골, 캄보디아 등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화장품업계는 미국 시장 진출도 노크하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라네즈 브랜드를 마트에 론칭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3분기에는 미국 주요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마트에서 유통되던 라네즈를 세포라(전문점)에 입점시켰고 지난달 15일에는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뉴욕시에 개장했다.

대형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이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중국시장을 줄이고 동남아와 미국뿐 아니라 유럽지역까지 시장 확대에 서로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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