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2017년 11월 30일 오전 9시 5분, 한국은행 기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장에 다녀온 기자들은 너도나도 "총재의 표정이 밝다"며 금리 인상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이주열 총재가 과거 금통위에서 이렇게 미소를 지었을까 싶을 정도로 해맑은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됐다.







오전 9시 53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1.50%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총재의 미소가 준 힌트는 빗나가지 않았다.

이날 이 총재는 왜 이렇게까지 환한 미소를 지었을까. 이 총재의 임기 내 활동을 돌이켜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14년 4월, 이주열 총재는 취임식에서 "통화정책의 핵심은 경제주체의 기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며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을 통해 정책 효과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 주재로 열린 첫 금통위에서는 "국내총생산(GDP) 갭의 마이너스 폭이 축소되고 수요측면 물가 압력이 발생한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취임 초부터 매의 본성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은의 금리 인상은 이 총재 취임 이후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2014년에는 디플레이션 우려, 2015년에는 세월호 사태, 2016년에는 메르스가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았다.

2017년 6월, 이 총재는 창립기념사에서 다시 한 번 긴축을 시사했다. 그는 "경기회복세가 지속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 검토를 면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한은의 금리 인상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8월과 9월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등 한국을 보는 해외 시각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한은은 기다려야만 했다. 10월 초 이 총재는 "경기회복세를 확신할만한 단계에서 북한 리스크가 커졌다"며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인하한 지 1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주열 총재가 취임한 2014년 4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첫 금리 인상이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상 이후에도 매파 성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성장세가 견실할지, 물가 상승세가 목표 수준으로 근접해가는지를 가장 먼저 볼 것이다"며 "금융안정도 고려할 요인이다"고 말했다.

낮은 물가상승률에도 금리를 올린 배경에 대해 이 총재는 "중장기적으로 경제 회복세가 지속하면서 수요압력이 커지고, 점차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통화정책 방향에 언급된 '신중히'라는 표현에 대해 그는 "경기와 물가를 가장 중시해서 보지만, 경제 여건의 변화도 보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봐야 한다"며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으므로 신중히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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