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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칼럼> '독수독과'에 빠진 금융회사 CEO
    이성규 기자  |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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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12.22  08: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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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뿐 아니라 (연임)절차와 과정을 연일 문제 삼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기한 문제점을 간단히 풀자면 연임을 하든 말든 결과보단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라는 데 있다. 과정이 석연찮으면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요지다.

    특히 회장추천위원회를 주주가 아닌 현 경영진이 추천하는 것은 심판이 선수가 돼 경기에 뛰겠다는 것이니 정부가 이를 지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금융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미국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능력만 있다면 10년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도 다반사다. 하지만 미국 금융회사의 CEO 승계 프로그램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미국은 금융회사 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새 CEO가 취임하자마자 차기 CEO 선출을 준비하는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회사는 사내 수십 명의 CEO 후보군을 만들어 이들을 지원하고 양성한다.

    이들 CEO 후보자는 매년 경쟁을 통해 그 배수를 줄여나가고, 현 CEO 임기에 맞춰 최종 후보군이 나온다. 물론 현직 CEO도 연임을 위해선 이들과 똑같은 출발 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공개경쟁 구도하에서 현직 CEO가 연임하든 10년 이상 자리를 지키든 정부나 주주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 기업으로 출발한 서구 기업들도 일정 시점이 지난 후부터는 전문 CEO를 육성하거나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고 있다. 1806년에 문을 연 다국적기업 콜게이트는 1~4대 CEO까진 가족 승계로 이어지다 5대 CEO부터 전문 경영인을 내세웠다.

    콜게이트의 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은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콜게이트는 입사한 신입사원 중에서도 리더십을 평가해 CEO 후보군으로 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G그룹 역시 1890년에 설립된 후 계속 가족이 승계하다가 1930년에 리처드 듀프리(Richard Deupree)로 하여금 CEO직을 수행케 했다. 이후 P&G도 CEO 승계프로그램(경영진 리더십 개발)을 개발해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CEO를 배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족 기업도 아닌 금융회사, 그것도 정부 라이센스(면허)로 영업을 하는 우리나라 금융회사 CEO들은 왜 연임에 욕심을 내는 것일까.

    우리나라 대형 금융지주사의 회장 연봉은 10억원이 훌쩍 넘는 15억원, 많게는 20억원 안팎일 정도로 고액이다. 마땅한 주인도 없고 이렇다 할 사내 견제 세력도 없는 지주사 회장은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제왕적 권력까지 덤으로 가져간다.

    따라서 현직에서 돈과 권력을 맛본 CEO가 연임을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탐욕 내지 욕심 정도로 봐야 한다.

    문제는 정부에서 CEO 선임 절차를 문제 삼고 있지만, 금융회사 CEO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그간 방치해 오던 지배구조의 문제점이나 연임 이슈를 특정 인물들의 연임 움직임에 맞춰 내놓으며 여론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은 그간 신한사태와 KB사태를 겪으며 당국이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때마다 이를 따라 지켜왔는데 지금 또다시 지배구조가 문제라니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사들 입장에선 문제가 그렇게 많은데 몇십 년간 제도 정비는커녕 아무 말 하지 않다가 이제 와 회장 연임, 승계 프로그램을 문제 삼느냐고 충분히 반문할 수 있다.

    이처럼 정당성, 순수성이 떨어지다 보니 금융회사나 여론 또한 정부의 주장을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법률용어 중 독과독수(毒樹毒果)라는 말이 있다.

    독이 있는 나무는 그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뜻이다. 불법과 잘못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아무리 그 증거가 명확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해도 증거 채택 과정에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글로벌스탠다드와 동떨어져 있던 금융회사 CEO 승계 프로그램과 반복된 연임을 눈감아준 것 자체가 문제이고, 금융회사 CEO는 정당성과 합리적인 절차가 결여된 채 CEO 연임을 시도했으니 독과독수의 원칙은 정부나 금융회사 모두에게 적용된다 할 수 있겠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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