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퇴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우리은행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구자현 부장검사)는 17일 우리은행 공개 채용 과정에서 일부 직원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로 이광구 전 행장과 전직 임원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전 행장에게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신입 행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총 30명을 부정하게 채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인사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했다.

우리은행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부터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 전형에서 국가정보원 직원과 은행 VIP 고객 자녀를 특혜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측에 이에 대한 자체 감찰을 지시했고, 이후 관련 자료를 검찰에 통보했다.

사태가 확산하며 이 전 행장은 지난해 11월 2일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은행장직에서 사퇴했다. 민선 1기 행장이 된 지 9개월 만이었다.

이후 검찰은 우리은행 본점과 신입 행원 연수가 진행된 경기도 안성 연수원에 대해 세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전 행장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20일이다.

검찰은 이 전 행장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광범위한 조사를 했다.

당시 조사는 12시간 넘는 고강도로 진행됐다. 검찰의 소환조사에는 채용비리 의혹에 함께 연루된 인사담당 부행장과 본부장도 포함됐다.

두 달 여 간의 검찰 수사가 이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까지 이어지자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우리은행 한 임원은 "사퇴 이후에도 서울 모처로 매일 나와 법무팀 등과 검찰 관련 조사에 성실히 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막상 구속영장 청구로까지 이어지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한 퇴직 임원은 "함께 근무하던 시절에도 영업 말고는 모르는 청렴결백한 분"이라며 "이미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이렇게까지 수사가 확대되니 함께 일했던 동료로서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구속영장으로 이어지면서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금융당국 등 정부 관계부처가 금융권의 채용비리와 관련한 의혹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만큼 금융권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이 전 행장에 대한 예상 밖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가 지나치게 확대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용비리 의혹은 명백히 밝혀야 하지만, 새 정부가 등장한 이후 금융권 흔들기가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스스로 신뢰를 회복해야겠지만, 거센 외풍을 견뎌내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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