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투기 세력의 유로화 순매수 급감으로 최근까지 상승세를 보여 온 유로화에 약세 징후가 나타났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6일 보도했다.

23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공개한 통화선물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투기 세력의 달러 대비 유로화 순매수 규모는 20일 기준 62억4천만 달러(약 7조900억 원)로 직전 주 110억8천만 달러(약 12조6천억 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프랑스 대선 이후 지속돼 온 유로화 순매도 축소·순매수 확대 흐름이 전환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처럼 흐름이 바뀐 이유는 일부 유럽 경제 지표가 부진함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3일 발표된 6월 유로존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55.7로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해당 지수가 지금까지 일방적인 개선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유럽 경기에 대한 신중한 전망이 일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신문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ECB는 지난 8일 통화정책 성명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던 기존의 문구를 제거하고 중립적인 표현으로 변경했지만, 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는 ECB가 오는 9월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해 내년 초 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점점 후퇴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국채 금리 흐름도 유로화 강세에 비우호적이다.

씨티그룹은 최근 수개월간 유로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독일의 장기 국채 금리 차이에 유로화가 크게 반응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총선 결선투표에서 압승을 거둔 여파로 프랑스와 독일 장기 금리는 하락했다.

신문은 독일과 프랑스 모두 재정 건전성을 중요시하는 쪽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며, 유럽에서 재정적자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이 나타나기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은 앞으로도 독일 국채 금리가 상승 추세를 타기 어려워 보인다며, 이는 미국·독일 국채 금리차 축소와 이에 따른 유로화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경기 둔화가 부각되기 시작하면 유로화가 달러 대비 상대적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은 있으나, 지금까지 유로화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온 만큼 하락 리스크가 인식되기 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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