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LTV 주담대ㆍ예대율 가중치↑…경기대응 완충자본 도입

보험ㆍ저축은행ㆍ상호금융 가계대출도 억제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1천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 빚 리스크를 줄이고, 부동산에 쏠린 돈의 방향을 틀어 기업으로 돈이 흘러가도록 금융당국이 금융권 자본규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한다.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를 이끌어 온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공급 길목은 좁히는 대신에 혁신ㆍ성장기업으로 돈이 흐를 수 있는 문은 더 넓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21일 이러한 방향을 담은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본연의 자본중개기능은 회복하고, 생산ㆍ혁신적 분야로 자금이 배분되도록 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자본규제를 추가해 과도한 가계대출 취급 유인을 억제하고, 가계와 부동산 등 특정 부문의 자산편중위험을 제어하고자 자산 건전성 규제와 영업규제를 도입한다.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도입한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가계대출과 부동산으로 자금흐름을 유도하는 비대칭적 규제에 균형추를 세우고, 생산적 자금공급에 걸림돌이 되는 과도한 자본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ㆍ개선하기 위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 중장기적으로 최대 40조 원에 달하는 가계대출을 줄이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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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자본규제 방안을 개편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부문에 치중한 가계대출을 더는 늘리지 못하도록 한 부분이다.

이를 위한 핵심적인 방안은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높이고,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에 대한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우선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초과하는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산정할 때 위험 가중치를 종전 35%에서 70%로 두 배 높이도록 했다. 보험사의 위험계수도 기존 2.8%에서 5.6%로 높인다.

금융당국은 위험 가중치 상향으로 은행의 BIS비율이 0.14%포인트(p)(작년 9월 말 기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2년 동안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보완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예대율 산정방식을 개선해 가계에 쏠린 돈이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할 방침이다. 예대율은 원화 대출금을 원화 예수금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들은 100% 밑으로 맞춰야 한다.

앞으로는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금에는 1.15를 곱하고, 기업대출금에는 0.85를 곱해서 계산해야 한다.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15% 낮춘다는 의미다.

가계대출 가중치가 높아지면 예대율 산식에서 분자인 원화 대출금의 값이 커지기 때문에 예대율도 높아진다.

작년 9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율은 98.1%인데, 예대율 산식이 조정되면 99.6%로 오른다. 분모인 원예수금을 더 늘리지 않는 이상 가계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이 대출금 감소 없이 현재의 예대율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약 11조 원 정도의 예수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별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과 예수금 조달 등 준비 기간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는 것을 검토 중이다.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면 자본을 추가로 쌓게 하는 경기 대응 완충 자본도 2019년부터 도입한다.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 가중치 상향 조정과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 가중치를 높이는 게 미시적인 가계 빚 억제 규제라면, 경기 대응 완충 자본 도입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거시건전성 측면의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의도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금융위가 적립 비율을 결정하면 은행별로 가계신용 비중에 따라 자본을 추가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추가 자본을 적립하지 않으면 이익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성과상여금 지급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준다.

2013년 2월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는 경기 대응 완충 자본 제도를 도입한 스위스의 경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2011년 5.51%에 달했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제도 도입 후인 2013년 4.26%로 낮아졌고,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2.69%와 2.57%를 기록하면서 3% 밑으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이 은행 리스크 관리에 대해 실태평가를 할 때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리스크가 적정하게 인식될 수 있도록 가계부문 편중리스크 평가도 신설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외에도 보험사와 저축은행, 상호금융 2금융권의 고위험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억제를 위한 자본규제도 추진한다.

아울러 모험자본에 대한 자금공급을 늘리고,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해 담보ㆍ보증대출에 편향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신용대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린다.

중소ㆍ벤처기업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주식 집중 보유에 따른 위험액 가산을 면제해 준다.

또 코넥스와 동일하게 위험도가 인식되는 코스닥 주식 투자에 대한 위험 가중치를 6%∼12%에서 5%∼10%로 낮춰주기로 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개별 금융회사별로 여건이 다르고, 준비도 필요한 만큼 규정개정 단계에서 시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고 유예기간 부여 등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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