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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대규의 좌충우돌] 금융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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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1.22  14: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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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금융 산업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이 화두이다. 금융의 본질적 기능 회복과 동시에 국민이 느끼는 어려움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금융을 말한다. 두 화두는 여러 가지 형태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서민과 금융 소외자가 적정한 금리 또는 수수료로 금융을 이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사(移徙)는 설렘과 짜증을 동반한다. 작은 사글셋방에서 큰 사글셋방으로, 셋방에서 전세로, 방이 한 개인 전세에서 방이 두 개인 전세로 옮길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새로운 집으로의 이사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설레는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하지만 이사는 전세자금, 부동산중개료, 이사비 등 금전적 부담은 물론, 이사 준비 및 정리에 따르는 육체적 고생도 크다. 지금까지 20여 차례 이사하면서 필자는 몸소 짜증과 고민을 경험했다. 내 이름으로 된 집을 장만하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사를 여러 차례 하는 가운데 깔끔하게 꾸미고 살기 어려운 것이 항상 아쉬웠다. 이사 가기 전에 도배나 수선을 미리 하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이사 갈 집의 먼지나 닦고 털고 짐을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세의 경우 임대 기간을 확실히 예측하기 어려워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집을 수선할 필요가 적기는 하다. 하지만 자금 수급의 시차 때문에 집을 개량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세 세입자 A가 B의 집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많은 경우 매입한 집의 잔금을 치르는 날에 세입자 A, 집주인 B, A의 현재 집 주인 C, C의 새로운 세입자 D 간의 자금 거래가 동시에 일어난다. 집주인 C는 새로운 세입자 D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 A에게 지급하고, 세입자 A는 그 전세금으로 집주인 B에게 매입 잔금을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거래 성사에 문제가 생겨 머리가 아프고 짜증이 난다. 세계에서 전세제도를 유일하게 가진 우리나라만의 특유한 고민거리이다.

    거래 성사가 급한 판에 도배나 집 수선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자금 거래가 완료되면 청소나 도배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삿짐센터의 눈치에 이삿짐이 들어가게 되거나 큰 짐은 벌써 자리를 잡고 있다. 수리를 위해 집주인에게 먼저 집을 좀 비워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주인도 잔금을 받아서 이사 갈 집의 대금을 치러야 할 사정이라면 무리한 부탁이다. 설사 돈 많은 주인을 만나더라도 확정일자만 받으면 세입자의 대항력이 생기는 법을 알면서 열쇠를 줄 주인은 없다. 이러한 이사의 경제적 구조 때문에 이사하는 날은 짐 정리와 잔금 지급으로 인해 정신없이 보내고 자장면을 허겁지겁 먹게 된다.

    사소하지만 고질적인 이삿날의 법석과 짜증은 잔금을 이삿날보다 빨리 지불할 수 있으면 많이 줄어들 수 있다. 열흘이나 한 달가량의 자금 수급의 시차를 메워 주는 '틈새 금융(Gap Financing)'이 필요한 이유이다. '틈새 금융'은 이사에 따른 짜증을 줄여 주는 것 말고도 다른 사회적인 유익도 줄 수 있다.

    첫째, 신용으로 단기의 자금을 빌릴 수 있어 도배, 장판, 거실 창틀, 에어컨 설치나 개량을 할 수 있다. 지금의 대출 구조 아래서는 서민은 물론 중산층이 많은 자금을 신용으로 빌리기는 어렵다. 소위 억대 연봉으로도 한계가 있다. 매입하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도 있겠으나, 최대 3년간의 중도상환수수료 부담도 크다.

    둘째, '틈새 금융'으로 관련 산업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주택이 가격 급상승으로 사회문제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분야이다. 더 많은 입주자가 청소, 도배, 장판 교체를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거리와 일자리가 증가할 수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세대주가 된 뒤 첫 집 마련까지의 평균 이사 횟수는 4번이라고 하니, 그 효과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셋째, '틈새 금융'은 대출기법을 고도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신용으로 거액을 대출하려면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빠르게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차입자의 자산·소득·신용등급 및 금융거래 기록 등의 빅 데이터에 대한 사전 분석이 필수적이다. 주택을 담보로 잡고 대출하는 전당포 영업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금융회사가 신용으로 거액의 대출을 하기는 쉽지 않다.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한 대출을 해 주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의 이행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금융소비자 인식 설문조사' 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중심 영업 항목'이 가장 낮은 평점을 기록했다. 다수의 금융회사가 '고객이 왕이다'는 기조의 슬로건을 가진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가 '금융과 위대한 사회'에서 주장하듯이 어렵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금융상품을 만드는 것이 금융종사자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인 책임이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前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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