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위안화 가치가 미 달러화에 대해 가파른 절상 기조를 보이면서 중국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로 촉발된 글로벌 환율전쟁 우려는 사그라들었지만, 위안화가 반대로 가파른 절상 기조로 돌아서면서 환율 게임에서 중국이 미국에 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위안화의 가파른 절상 기조를 언급하며, 글로벌 환율 게임에서 중국이 미국에 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안화는 올해 1월 들어 지금까지 달러화에 대해 3%가량 올랐다. 이는 1980년 4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위안화가 절상 기조로 돌아서면서 중국 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위안화가 한 방향으로 계속 오르면 해외의 투기적 자금 유입으로 위안화 절상 기조가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중국 수출업체들에 이중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샤오 리셩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중국 인민은행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인민은행은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라 위안화가 오르고 내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WSJ은 당국이 처한 딜레마는 중국이 시장에 기반을 둔 환율 정책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직 먼 얘기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위안화 환율 정책을 단계적으로 개혁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2015년 8월 위안화를 2% 가까이 절하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를 시장 환율에 더 가깝게 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당시 개혁은 상당한 역풍을 맞았다.

결국,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가파른 절하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위안화를 떠받치고, 자본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각종 조처를 단행했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해 결국 작년 위안화가 달러화에 6.7%가량 절상되면서 당국의 개입과 통제도 완화됐다.

인민은행은 작년 변동성 억제를 위해 도입했던 '역주기 조절 요소'를 폐기해 환율을 시장에 내버려두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하지만 위안화가 가파르게 절상되면서 당국이 이번엔 위안화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역주기 조절 요소를 재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의 브래드 셋서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억제할 정책 도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그러한 많은 강력한 정책 도구는 주요 개혁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핌코의 롤랑 미트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월 들어 위안화 거래량이 줄어들었다며 이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에 거의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위안화의 일평균 거래량은 작년이나 작년 1월 수준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미트 매니저는 정책 당국자들이 위안화 절상보다 절하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점도 중국 당국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엄포는 거둬들였지만, 작년 대미 무역 흑자가 2천758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미국의 무역 압박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조만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대규모 벌금을 물릴 것으로 예상돼 무역전쟁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일단 애널리스트들은 위안화가 더 크게 오를 경우 인민은행이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NP파리바 에셋 매니지먼트의 JC 샘버 신흥시장 픽스드 인컴 담당 부대표는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며 위안화는 결코 자유롭게 거래되는 통화가 아니며, 조만간 그렇게 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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