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3조 원의 채권을 팔아치운 외국인이 자금을 빠르게 회수해 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프랭클린 템플턴으로 추정되는 이 외국인 투자자는 특히 채권 결제일을 기존 날짜보다 이틀 앞당긴 것으로 파악되면서, 당장 이날과 다음 거래일 동안 외환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30일 채권시장 및 외환시장, 관계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7~28일 템플턴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은 국고채 16-2호 1조1천억 원, 15-9호 1조 원 등 총 3조400여억 원가량의 원화채를 순매도했다.

애초 16-2호 등 지난 27일 외국인이 매도한 채권의 결제일은 내달 5일(T+6)이었고, 15-9호 등 28일 던진 채권의 결제일은 내달 3일(T+4)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이 채권 결제일을 오는 3일(T+4)로 통합하기로 하면서,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달러-원 현물환(스팟)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떠올랐다.

외국인은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휴장에 따른 각 가지 변수를 고려해 결제일을 변경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결제일이 7월 3일이기 때문에 오늘과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과 은행 플로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원화 채권 재투자 가능성이 있고, NDF 등을 통한 환 헤지가 상당 부분 이뤄졌을 수도 있어 3조 원가량의 달러가 한꺼번에 스팟으로 나오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전반적으로 우세하다.

그런데도 100% 환 헤지가 아닐 수 있다는 판단에 외환시장 경계감은 유지되는 양상이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템플턴의 경우 채권을 매도하기 전에 변동성이 큰 스팟부터 사기 시작하고, 이후에 외환(FX) 스와프를 건다"며 "아직 스팟이나 스와프에서 아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딜러는 "템플턴은 단기물에 대해서는 헤지를 않고, 장기는 절반 수준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역외 투자자의 달러 매수가 많은데, 올 초 자산시장에 들어왔던 자금이 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템플턴이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달러를 매수하고 있거나, 적어도 조용한 자금 회수 방법을 마련해 놓았으리라 판단했다.

템플턴의 자금 이탈이 시장에 미리 알려지면, 달러-원 환율 급등하고 템플턴도 달러 매수에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2월 템플턴의 채권 매도에 따른 달러 매수로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크게 출렁인 경우가 있다.

지난해 2월 당시 템플턴은 90억 달러 이상의 달러를 사들였고, 달러-원 환율은 은행권의 프랍거래까지 동반되면서 1,240원대까지 치솟았다.

3월 초 달러 매수가 사라지고서는 5거래일 만에 40원 이상 하락한 바 있다.

dd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