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신호텔은 최근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죽은 자만을 위한 호텔'로 일종의 시신 안치소다. 과거보다 일일 사망자 수가 증가한 반면 화장터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자 화장을 기다리는 동안 시신을 보관할 수 있는 사업이 성행하는 상황이다.

일본 요코하마시에 있는 호텔 '라스텔(LASTEL)'은 대표적인 시신호텔이다. '마지막'이라는 뜻의 영어 '라스트'와 호텔의 합성어인 라스텔에는 각방에 3.3도로 유지되는 사람 크기의 냉장시설이 있다. 유족들은 이 시설에 시신을 보관하며 화장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으로 호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라스텔에는 총 27개의 객실이 있다.

일본에서 '이타이(遺體·유체) 호텔'이라고 불리는 시신호텔은 최근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20여곳 넘게 들어서고 있다. 산 사람 대신 죽은 사람만 이 호텔에 묵을 수 있으며 정식 숙박 허가는 받지 못해 시신 외에는 자고 갈 수 없다.

시신호텔이 이처럼 급증한 배경은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난 사망자를 화장 시설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도쿄도에서는 20년 전보다 하루 사망자 수가 25% 증가했지만, 도내 화장터 수는 26곳으로 정체돼 있다. 시신이 즉각 화장되지 못하면 장례식장의 냉동 창고에 시신이 방치되기 때문에 가족의 마지막이라도 편안하게 보내려는 유족들은 시신호텔을 찾고 있는 것이다.

'다사(多死)시대'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노인 사망자가 늘어나는 만큼 일본에서 시신호텔은 앞으로도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사망자수가 2015년 130만명을 기록한 이후 25년간 수치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람의 죽음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난과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시신호텔은 일본 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시신호텔이 들어서려는 지역에선 주민들이 설립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에 나서기도 한다. (국제경제부 진정호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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