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ㆍ2금고 동시 지원 가능…은행권 "단수금고 가능성 여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서울시가 103년간 독점 체제로 유지해온 시 금고 은행의 진입 문턱을 낮췄다.

그간 복수 금고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온 은행들은 서울시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쟁을 앞두고 긴장을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 은행권 손들어준 서울시…1ㆍ2금고 동시 지원 가능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그간 우리은행이 103년간 독점해오던 서울시금고는 내년부터 복수 체제로 운영된다.

분리된 일반ㆍ특별회계와 기금 관리는 각각 제1 금고와 제2 금고가 담당한다.

이번 결정을 두고 서울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월 말경으로 예상됐던 입찰공고는 두 달 가까이 늦어졌다.

입찰공고를 앞두고 서울시를 대상으로 복수 금고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은행권의 목소리도 다수 전달됐다.

일각에선 이달 초 발생한 서울시 지방세 납부시스템 '이택스(ETAX)'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한 만큼 우리은행의 독점 체제를 유지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서울시는 복수 금고를 도입, 은행권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1 금고와 2 금고에 한 은행이 동시에 지원할 길은 열어뒀다.

결과에 따라서는 특정 은행이 1 금고와 2금 고를 모두 차지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복수 금고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은행권 목소리와 공정경쟁의 취지를 살려 진입 문턱을 낮춘 데 의미가 있다"며 "전산 오류는 운영보단 기계적인 문제인만큼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서울시가 1 금고와 2 금고를 각각 다른 은행으로 선정해야만 복수 체제 도입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100년 넘게 한 은행이 독점하다 보니 과거의 히스토리보단 앞으로 운영 계획과 비전에 좀 더 초점을 두고 평가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1, 2 금고가 서로 다른 은행으로 지정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복수 금고 체제가 도입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권 "우리銀 프리미엄 무시 못 해…2금고 주력"

은행권은 사실상 이번 입찰이 기금 관리를 도맡아 운영하는 '2금고 경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 금고와 2 금고에 동시 지원 하겠지만, 좀 더 가능성 있는 곳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은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는 '현직 프리미엄'을 주목했다.

최근 이택스 전산 오류가 발생하며 차기 시 금고 선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103년간 쌓아온 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당시 이택스 전산 오류는 외부에서 구매한 응용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오류로 이택스 시스템을 운영하는 서울시와 우리은행 측의 사고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양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메일 발송 과정의 정말 심사 기능을 보강한 상태다.

또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평가항목 중 점수가 대내외 신용도나 재무구조는 은행마다 엇비슷하고 그다음 점수 배점이 큰 금고 업무 관리 능력은 우리은행의 경우 이미 검증이 끝난 것과 마찬가지"라며 "동시 지원을 하더라도 2 금고에 좀 더 주력하는 전략이 일반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서울시금고에 새롭게 도전하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예금금리와 지역사회 기여, 시와의 협력사업 항목에서 차별성을 강화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자칫 지나치게 높은 금리나 과도한 협력사업은 업권 내 출혈경쟁만 일으킬 뿐 은행의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금고 은행 운영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권도 2금고 지원이 가능하지만 이런 이유에서 선뜻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우려를 충분히 인지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무조건 금고 은행이 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타이틀을 쟁취하기보단 협력사업을 통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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