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인민은행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위안화의 절상 기조를 용인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최악의 국면에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 카드를 통해 환율 전쟁에까지 나설 것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전날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0.60% 절상 고시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불식됐지만, 오히려 위안화 절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인민은행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7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은 전장보다 0.0377위안(0.60%) 하락한 6.2816위안에 고시됐다. 이는 위안화 가치를 2015년 8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고시한 것이다.

지난 26일 거래일에 역내 달러-위안 마감가가 전장대비 0.61% 하락한 6.2849위안에 마쳤다는 점에서 실제 역내 시장 환율을 고스란히 반영해 기준환율을 책정한 셈이다.

28일에도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0.05% 추가 절상해 이러한 기조를 유지했다.

중국은 그동안 위안화의 움직임이 가파르게 움직일 경우 시장에 개입해왔다는 점에서 인민은행의 무개입은 시장을 다소 놀라게 했다.

전날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는 0.19% 추가 절상돼 6.2728위안으로 거래를 마쳤다.



◇ 신플라자 합의 가능성 '솔솔'…위안화 절상 유도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절상은 직접적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무역 갈등과 관련한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하면서 양국의 무역긴장이 일시 완화됐다.

미즈호 은행의 켄 청 킨-타이 선임 아시아 외환 전략가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양국 당국자들의 협상 소식은 '신 플라자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즉 위안화의 추가 강세를 허용해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축소하자는 데 양국이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미국이 달러 강세를 완화하기 위해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과 맺은 합의로 엔화와 마르크화의 절상을 인위적으로 유도한다는 게 당시 합의의 골자였다.

플라자합의는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이 패권을 앞세워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이로 인해 엔화는 3년간 100%가량 절상됐다.



◇ 무역긴장 완화 의도…시장 개방 박차

최근 위안화 강세도 이면에 합의가 있었건 아니건 미국의 심기를 건드는지 않으려는 중국의 조심스러운 최근의 행보와 일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상하이의 풀러톤 마켓츠의 지미 주 수석 전략가는 "위안화 기준환율은 인민은행이 무역긴장을 고조시킬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는 행보"라고 해석했다.

BOA-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들도 WSJ에 중국이 위안화 강세를 유도해 무역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안정시켜 무역 공세에도 시장 개방의 기회로 삼으려는 조치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외환 전략가는 SCMP에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대응에 (거부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국은 저자세로 불만을 표현하면서도 (이번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개혁을 추구할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주 중국은 위안화 원유 선물을 출시해 위안화 국제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또 중국 채권이 블룸버그 채권 지수에 포함됐다는 소식도 위안화 자산에 대한 매력을 더욱 높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소식은 위안화 자산에 투자할 해외 투자자들의 유인력을 높여 위안화 절상 기조에 일조한다.

이 강 신임 인민은행장은 최근 위안화는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판단된다며 앞으로 계속 시장을 개방해나가겠다고 언급해 시장 개방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 "달러 약세 기조탓"…달러지수 3% 이상 하락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안화 랠리는 오히려 더 단순한 이유라며 달러 약세 기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BNY 멜론의 닐 멜로 외환 전략가는 마켓워치에 "기준환율은 새로운 단계의 진입한 달러 약세를 선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지수는 올해 들어 3.1%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위안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역내 시장에서 3.7%가량 절상됐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첼 매니징 디렉터도 "그들은 달러 약세와 같이 보조를 맞추고 있을 뿐이다"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중국이 최후의 보루로 위안화 절하 카드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음을 경계했다.

베첼은 "시장은 중국이 위안화를 비장의 무기로 갖고 있으며, 무역긴장을 높이길 원한다면 언제라도 위안화를 절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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