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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칼럼> 사라질 추억의 도시락
    이성규 기자  |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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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4.06  10: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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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학창시절 친구들과 점심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쉬는 시간에도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엄마표 도시락을 나눠 먹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가슴 따뜻해지는 추억의 한 조각일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급식을 하다 보니 도시락이란 의미와 추억 자체가 크게 없을 것이고, 어른들은 이제 고깃집에서 추억팔이용으로 내놓는 도시락 정도로 위안을 삼는 정도다.

    뜬금없이 추억의 도시락 얘기를 꺼내 든 이유는 외환시장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거꾸로 돌려 보자.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달러-원 환율은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우리 현물환 시장에 앞선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0원(원빅) 이상 오르던 게 다반사였다. 바로 우리가 수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원화 약세가 매일 같이 진행되던 때였다.

    외환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하루가 멀다고 시장 개입에 나섰다.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개입이었다. 수출주도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인 대한민국 입장에서 환율 상승은 나쁠 것이 없다던 정부가 환율 상승을 제어한 셈이다.

    여하튼 당국은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하루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개입(달러 매도)은 말할 것도 없고, 역외 투기세력들의 허를 찌르겠다며 비교적 달러 사자 호가가 적은 점심시간을 이용한 매도 개입도 단행했다. 개입 패턴이 흡사 군사작전을 보는 것 같다며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러한 개입 행태를 '도시락 폭탄'이라 부르기도 했다.

    당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물론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이렇게 외환 당국이 달러를 팔아대다가 나라 곳간에 달러가 남아나지 않아 제2의 외환위기를 맞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기도 했다. 당국자들도 이러한 걱정을 불식시키려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는 등 동분서주(東奔西走)했다.

    언론에서는 시장 개입으로 환율 상승세가 꺾이거나 아래쪽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이를 위해 당국이 몇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며 추정 보도를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심지어 외신에서까지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 당국은 개입 규모를 절대 밝히지 않았다. 환율 주권이라는 논리로 외부 개입도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던 정부가 그것도 자진해서 환율 개입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만에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환시장과 당국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뛰어다니며 알아내려고 혈안이 됐던 환시 개입 규모, 그 자료만 입수하면 대형 특종이었던 외환시장 개입 내역이 얼마 있지 않으면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간 미국은 우리나라가 환시 개입을 통해 수출기업을 우회적으로 지원한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고, 미국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의 환시 개입 공개를 꾸준히 요구해왔었다.

    정부는 결국 이들과 협의를 통해 환시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정부가 수출 지원을 위해 인위적으로 한 방향(달러 매수) 개입은 하지 않았다는 자신감, 또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줄이려고 타협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환시 개입 내역 공개는 결국 정부가 포지션을 상대방 플레이어에게도 보여준다는 의미다. 화투를 칠 때 자신의 패를 다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앞으로 환시 내역 공개 이후 효율적 시장 대응이란 또 다른 차원에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환시 개입 판단과 실행은 우리 정부의 고유 영역이다. 포지션이 공개되고 이를 이용한 투기세력이 뛰어논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경제 주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의 패를 보여주면서도 투기세력을 잡으려면 당국자들이 투기세력보다 한 차원 높은 시장의 고수가 되는 길밖에 없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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