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성장세 흐름 지속 여부와 대외 변수, 미국 금리 인상속도를 면밀하게 점검하기로 했다.

한은은 12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를 지난 11월 1.50%로 인상된 후 5개월째 동결 기조가 유지됐다.

◇ 성장 경로 유지되면 방향은 금리 인상

한은은 이미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면서 금리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한은은 지난 2월 경기 성장세가 견실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성장 경로가 유지되면 방향은 금리 인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리 인상이 긴축이 아닌 정상화라는 데 방점을 뒀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에도 세계 경제 회복을 바탕으로 국내 수출은 호조를 이어갔다. 수출은 1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소비도 2개월 연속 증가했다. 비내구재와 준 내구재를 중심으로 늘어났다. 반면 취업자 수는 두 달 연속 10만 명대에 그쳤다.

물가는 한은의 전망보다 낮았다. 3월 물가가 전년 대비 1.3% 상승에 그치면서 올해 한은 전망치인 1.7%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 北 리스크·美 보호무역 강화·중동지역 불안

이전보다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도 한은 금리동결의 주요 고려사항이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개최된다. 북한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향후 전개 과정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9월 북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75bp까지 올라왔던 한국 CDS 프리미엄은 50bp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은 중국 수입품목 1천300개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106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를 낙관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커지면서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무역전쟁이 고착화할 경우 글로벌 성장 둔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동지역 정정불안도 한은이 주목할 요인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공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사이의 갈등도 불거졌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67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는 등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 美 금리 인상 시기가 한은 금리 인상 시기 가늠자

대내외 불확실성이 경제 성장세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다.

미국은 3월 기준금리를 1.75%로 25bp 인상했다. 한국과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국제금융시장은 미국이 6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일 기준으로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6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83.2% 반영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의 금리 차가 75~100bp까지 벌어져도 감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역전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는 부담스럽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졌지만, 금융시장이 우려했던 자본 유출은 없었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지난달 11억3천만 달러 유입됐다. 원화 강세로 자본이 오히려 유입됐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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