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오진우 기자 = 새 정부 요직에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출신들이 속속 임명되면서 금융권 광주일고 인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 광주일고 인맥은 주로 미래에셋그룹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개혁이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광주일고 인맥의 대표 주자로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FIU)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꼽힌다. 김 전 원장이 52회로 53회인 박 회장보다 1년 선배다.

김 전 원장은 박 회장과 개인적으로도 깊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김 전 원장은 미래에셋그룹의 사외이사를 두 차례 맡았다. 지난해 7월 미래에셋자산운용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를 맡았다가 6개월 만에 이동해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현재 유력한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새 정부 첫 금융위원장으로 청와대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고사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김 전 위원장 역시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로 재직하다 금융위원장 임명으로 사임한 후 다시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미래에셋그룹에는 박 회장 이외에도 광주일고 출신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의 김승건 대표이사 부사장과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연금마케팅부문 총괄대표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광주일고 출신이 새 정부 요직에 여럿 임명되며 견제구 또한 들어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김상곤 사회부총리,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이어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까지 새 정부 핵심 요직에 광주일고 출신이 4명 등용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광주일고의 전신인 광주서중 출신으로 광주일고 동문으로 분류된다. 새 정부의 핵심 요직에 무려 6명의 광주일고 출신이 한꺼번에 등용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광수 전 원장의 차기 금감원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정 고교 출신이 고위직을 독식하는 데 대한 비판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일고 출신의 잇단 요직 임명으로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개혁이 더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현주 회장과 고교 동문이자 미래에셋 사외이사인 김광수 전 원장이 금감원장에 임명되면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를 과감하게 개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그룹은 과거에도 계열사 미래에셋자산운용에 김 전 위원장 외에도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과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장을 선임하는 등 금융당국 수장을 여러 명 사외이사로 둔 바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과거 시민 운동가로 활동하던 시절 "각종 편법을 총망라했다. 재벌그룹보다 못하다"고 지적할 정도로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비정상적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는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등 지배주주 일가의 사실상 가족회사들이 지주회사 규제를 피하고자 계속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총자산 중 자회사 주식가치가 50%를 초과하거나 최다 출자자인 경우 지주회사로 정의하고 있는데, 불필요한 단기차입금을 조달하거나 2대 또는 3대 주주가 되는 편법을 사용해 지주회사 지정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도입되면 미래에셋그룹이 가장 먼저 타깃이 될 것으로 꼽히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문제가 됐고 금융당국도 개선을 추진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새 정부가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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