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SK에너지(신용등급 'AA+')가 3년 만에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했다.

1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SK에너지는 3·5·10년으로 만기를 나눠 총 3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전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대표주관사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선정됐다.

수요예측 결과 모집액 대비 4배를 웃도는 1조2천여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1천200억원 발행 예정인 3년물에 4천300억원, 1천100억원 발행 예정인 5년물에 4천350억의 유효수요가 몰렸다.

700억을 모집한 10년 장기물에도 3천500억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는 수요예측 결과를 고려해 최대 5천억원까지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금리는 개별민평금리보다 낮게 결정될 예정이다. 3년물은 개별민평금리 대비 4bp 낮은 연 2.47% 금리로, 5년물은 3bp 낮은 연 2.73% 금리로 발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10년물은 15bp 낮은 연 3.03%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수요예측 흥행은 SK에너지의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됐다고 평가된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조3천47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최근 3년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또 3년 평균 0.6배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비율, 18%의 차입금의존도 등 차입부담이 적은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 2014년 저유가 사태로 7천억원 넘는 영업적자를 낸 바 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업황 호조로 수익 수익창출력을 개선하면서 2016년에는 순차입금을 725억원까지 축소시켰다.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도 지속적으로 낮춰 현재 각각 119.8%, 13.7%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세계 경기가 개선되면서 선진국 및 중국·인도를 중심으로 석유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제한적인 정제설비 증설 및 가동률의 한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상승할 것"이라며 "현재의 재무구조 및 안정적인 영업현금흐름을 감안할 때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에너지는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 가운데 1천800억원은 만기도래 회사채를 차환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1천200억원은 원유대금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차환용 자금 1천800억원 중에서 1천억원은 오는 10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다. 회사채 만기를 6개월이나 앞두고 미리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SK에너지는 "이번 회사채는 향후 금리상승에 대비한 선제적 자금조달"이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환대상 회사채의 만기일 약 6개월 전에 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 이어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또한 확대되면서 연초부터 기업들의 선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에도 신세계와 롯데칠성음료 등은 회사채 만기를 길게는 1년 이상 앞서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했다. 또 한미약품이 만기보다 5개월 앞서 회사채를 발행했고 LG하우시스는 7개월, SK하이닉스는 8개월 앞서 회사채를 발행했다.

부채자본시장(DCM)관계자는 "연내 미국이 추가로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데다 올 상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선제적 자금조달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선제적 자금조달을 통해 금리를 최대한 낮춰 발행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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