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채권 수익률곡선(커브)의 평탄화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통화정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커브 플래트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미국 커브가 계속 평탄화하며 연준의 관심 사안으로 떠올랐지만, 연준의 잠재적인 문제는 세계 여타지역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게 신문의 지적이다.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는 지난 주 한때 43bp까지 내려가며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며칠 사이 50bp 수준까지 반등했지만, 여전히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장기 금리가 단기물 밑으로 떨어지는 커브 역전은 과거 경기 침체의 강력한 선행지표 역할을 했다. WSJ은 커브 플래트닝이 이어질 경우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순에 커브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스와프시장이 반영한 향후 2021년의 미국 금리 기대치는 2020년보다 낮아졌다. 시장이 향후 연준의 금리인상보다는 인하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커프 플래트닝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은 미국 이외에도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에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ECB는 점진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한다. 올해 하반기까지 채권매입 규모는 감축되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WSJ은 "채권 금리는 ECB 채권매입 감축 이후에나 천천히 오를 것"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ECB는 마이너스금리정책에서만 겨우 벗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미국) 커브 플래트닝이 이어지면 시장은 미국 성장이 타격을 받을 것에 우려하게 되고, 최소한 ECB의 초완화정책의 출구 전략도 복잡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의심의 여지 없이 유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WSJ은 "실제 미국 경기 침체가 나타나서 다른 국가로 파장이 확대되면 세계 중앙은행이 남겨둔 수단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인하 여지를 일부 남겨둔 것과 달리 ECB는 새로운 부양책을 개발하는 데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재 초완화정책을 유지하는 ECB가 향후 미국발(發) 경기 침체 여파에 대한 대응책이 마땅히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시에테제네럴(SG)은 오는 2019~2020년에 경미한 경기 침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커브가 실제로 보내는 메시지와 그것이 얼마나 평탄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다.

UBS는 글로벌 양적완화 정책이 기간 프리미엄을 축소해 장기 채권금리를 왜곡했다고 본다.

WSJ은 "그런데도 미국의 경기 둔화나 경기 침체를 시장이 두려워하고 '리스크 테이킹'에서 돌아서 버린다면 금융 여건은 악화할 것"이라며 "ECB가 통화완화의 출구에 도달하는 것은 더욱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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