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최근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 주식과 채권, 외환에서 대거 자금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서 신흥국 통화가 요동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후 한 달간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달러화에 17% 하락해 신흥국 통화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터키 리라화도 10.5% 하락했고, 멕시코 페소화는 9.1%, 남아프리카 랜드화도 4.9% 떨어졌다.

이는 달러화 강세로 전방위로 신흥국 통화가 하락 압력을 받는 가운데 대규모 경상 적자를 기록하는 일부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외 부채가 많은 나라의 경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부채를 갚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이는 대규모 경상 적자를 가진 나라들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요동치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4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홍콩 금융 당국은 지난주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시장 불안을 얼마나 완화할지는 의문이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1월 고점 대비 10.72% 하락했고, JP모건 신흥시장채권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5.47%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을 매도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빠지면서 통화 가치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TD증권의 마크 맥코믹 북미 외환 전략 담당 헤드는 "시장은 현재 펀드멘털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느 나라가 가장 취약한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 시장과 외환시장이 모두 급락세를 겪은 아르헨티나는 대규모 경상 적자와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이외에도 터키, 콜롬비아, 남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인도, 멕시코 등도 대규모 경상 적자에 시달리는 나라들이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신흥국 통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는 나프타 협정 등에 대한 우려로,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야권 연합이 총선에 승리하면서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러시아 루블화는 미국의 제재 여파 등으로 하락하고 있다.

파라메트릭 포트폴리오 어소시에이츠의 팀 앳윌 투자전략 헤드는 변동성이 신흥시장 자산으로 확대되면 상대적으로 최근에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출구"로 곧장 도망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단지 좋은 시절만 경험해본 신규 투자자들이 상당하다"라며 "그들이 떠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위험에 익숙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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