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최근 일본은행(BOJ)이 자연이자율 상승과 관련한 논문을 발표해 금융정책 정상화를 위한 이론적인 준비를 시작한 것은 아닌지 의문시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5일 보도했다.

1980년대에 2~6%를 기록했던 일본의 자연이자율은 2000년부터 0% 부근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일본은행 기획국 직원들은 지난 3월 논문에서 자연이자율이 소폭 마이너스였던 2013년을 바닥으로 상승해 최근에는 약 1%에 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한 강연에서 "자연이자율이 상승하면 금융완화 효과가 커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자연이자율은 경기와 물가에 대해 중립적인 금리 수준을 말한다. 이 숫자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실질금리 수준과의 차이로 현재의 금융정책 효과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명목 금리에서 예상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 수준이 자연이자율보다 높으면 현재 통화정책은 경기에 긴축적이고, 반대로 밑돌고 있으면 완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실질금리가 자연이자율을 하회하는 정도가 클수록 완화 효과는 강해진다.

현재 일본의 실질금리는 -0.5% 전후로 자연이자율 1%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어 현행 금융정책은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이는 구로다 총재가 10일 강연에서 언급한 것과 부합한다.

자연이자율이 점점 높아지면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하지 않아도 완화 효과는 강해진다. 다시 말하면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다소 인상해도 완화 효과는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신문은 부연했다.

일본은행 출신인 오카산증권의 아타고 노부야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논문이 나온 것을 두고 "물밑에서 정상화의 이론적 준비를 하고있는 게 분명하다"고 추측했다.

논문이 영어로만 발표되고 일본어판이나 논문개요 리뷰 등이 동시에 공표되지 않은 점도 이와 같은 추측을 불렀다고 신문은 전했다.

논문이 발표된 3월은 일본은행 정상화 관측으로 엔화 강세가 나타나던 시기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기대를 더욱 부추길 수 있는 추정을 눈에 띄는 형태로 공표하면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은행 기획국 담당 이사를 역임한 몬마 가즈오 미즈호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자연이자율의 경우 추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정책 판단의 핵심적인 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경제 및 물가 지표 개선이 확인되면 정책 수정을 정당화하는 재료 가운데 하나로 언급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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