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방자치단체 금고지기를 둘러싼 은행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승패에 불복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은행이 지자체 예산을 정식으로 관리하기 전까진 차순위 협상자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다는 판단에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서울시금고 선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실조회서를 서울시에 보냈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전자금융사기 파밍과 금융 앱 오류 등 일부 전산 사고 사례가 금융감독원 신고사항으로 누락됐다며 시금고 심사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9일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추가로 개최하고 우리은행 측 주장을 재검토했다.

그 결과 우리은행이 예로 든 사례가 대다수 은행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사안이라는 판단 아래 신한은행을 1 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시와 신한은행은 늦어도 내달 초 서울시금고 운영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우리은행이 운영해온 전산 시스템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어서 협의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엔 104년 만에 전산 시스템을 교체하다 보니 세부 조항을 세세히 확인하느라 예년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자체 금고 선정 결과를 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광주은행은 올해 1월 전라남도 순천시 금고 선정 결과를 두고 법원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순천시가 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을 각각 1ㆍ2금고로 지정한 데 대해 선정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며 금고 약정계약 체결금지 가처분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광주은행은 항고했다.

전북은행도 지난 2016년 군산시금고 입찰 경쟁에서 탈락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정읍시금고에 선정되지 못한 농협은행이 금고계약체결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고 조합원들과 이의를 제기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은행 간 기관영업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지기는 은행 간 자존심 싸움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통상 금고 은행 계약 기간은 4년이지만, 재선정 과정을 통해 최소 10년 이상을 같은 은행이 담당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금고의 경우 우리은행의 독점 체제가 104년 만에 깨졌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고 은행이 되면 출연금을 포함해 해당 지자체에 보이지 않는 투자를 많이 한다"며 "그렇게 지켜오거나 힘들게 따낸 금고 은행 타이틀을 뺏긴다면 은행 입장에선 쉽게 결과에 승복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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