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대법 판결 변화 없이 재조사 없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의 재조사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피해 기업 간 이견이 여전한 모습이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 공대위)는 민관 합동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재수사는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키코 공대위 관계자, 피해기업 대표와 회의를 열었다.

앞서 지난달 23일 예정된 예비회의가 무산된 지 일주일 여 만에 열렸다.

당시 금감원은 키코 공대위 측에 합동 조사단 구성을 요구하는 배경과 향후 필요한 조치 등에 대한 사전 자료를 요구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키코 공대위는 키코 피해기업의 실태를 재조사하기 위한 민관 합동조사단 구성을 금감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전면적인 합동 재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키코 사태와 관련해 사법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피해기업에 한해선 분쟁신청을 통해 금감원이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키코 문제에 대응해왔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9월 키코 관련 수출기업들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4건에 대한 선고에서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교수 시절 키코 상품을 금융사기로 정의해오던 윤 원장이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키코 이슈가 금융권에 급부상했다.

당시 금융혁신위도 키코 사태에 대한 재조사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기업에 한해선 재조사 등을 실시해 필요한 조치와 재발방지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금융당국에 권고했다.

이후 윤 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에 오르며 키코 재조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현재 키코 공대위는 지난 4월 과거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대구ㆍ산업ㆍ신한ㆍ씨티ㆍ우리은행 등 7곳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여기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흥정 사례에 키코 사태가 포함되면서 키코 피해기업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키코 공대위는 현재 최근 인도에서도 키코 관련 계약이 원천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 사례를 바탕으로 과거 대법원의 판단에도 오류가 있었음을 검찰 등에 전달해 재조사를 지속해서 촉구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여전히 기존 대법원의 판결이 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치권 이슈가 맞물리며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형국이 됐지만, 기존 사법부의 판결을 뒤엎는 일도 쉽진 않을 것"이라며 "일단 사태를 지켜보고 은행권 차원의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코 재조사와 관련해 금융당국, 특히 윤 원장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의 사견과 정책적 판단은 구분돼야 하는 일"이라며 "현시점에서 금융당국이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재조사가 아닌 피해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등을 최대한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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