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최욱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은행들은 남북 경제협력 재개에 대비해 대북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경협이 현실화할 경우 북한 금융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북한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고 남북 경협 재개 이후 추진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은행권에서 가장 발 빠르게 대북 사업에 대응하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남북 금융협력 지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TF는 내달 말까지 3개월간 운영된다.

해당 TF에는 개인영업전략부와 글로벌영업지원부, 중소기업전략부, 외환사업부, 프로젝트금융부 등 관련 부서 9곳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먼저 대북 제재가 풀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우리은행은 가장 먼저 개성지점 재입점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사업과 철도,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금융 자문과 신디케이트론을 비롯한 금융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과거처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나 민간 교류사업이 진행되면 환전소와 이동 점포를 운영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원 신한' 전략의 하나로 그룹 차원에서 금융 계열사가 참여할 수 있는 대북 사업 전략 마련에 나섰다. 우선 이달 말까지 큰 틀의 전략을 짜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계열사 내 북한 전문가들도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2006년부터 북한의 경제ㆍ금융을 연구해 온 신한은행 학습조직(CoP) 북한연구회가 대표적이다.

신한은행 14개 부서가 참여하는 통일금융연구회도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남북 하나로 금융사업 준비단(가칭) 설립을 검토 중이다. 이 조직은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연구하는 역할을 하며 별도로 운영되는 실무협의체에서 대북 사업 관련 과제 발굴을 맡는다.

금융지주와 은행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 하나은행과 지린은행, 옌볜대학 등과 협업에도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말 경영연구소 내에 북한의 경제와 금융 분야를 연구하는 TFT를 구성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북한 금융과 경제에 대해 누구도 명확하게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남북 화해 모드에 앞서 기초지식을 쌓아놓고 어떤 사업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IBK기업은행도 최근 IBK통일준비위원회를 IBK남북경협지원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위원회는 통일금융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콘트럴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남북 경협이 재개된다면 북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권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며 "벌써 평양, 개성 등에 신규 지점을 누가 먼저 유치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사회공헌 차원이지만 결과적으론 미래의 수익원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통일금융에 대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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