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윤시윤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심리적·기술적 저항선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8개월래 고점까지 뛰어올랐다.

그동안 다른 통화대비 글로벌 달러 강세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더라도, 단기간 변동성이 너무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시적인 조정을 거치더라도 달러-원은 추세적으로 1,150원 정도를 향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1,124.20원에 마감하며 지난해 10월 30일(1,126.80원)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 12일 종가 1,077.20원과 비교하면 11일 거래일 만에 47원 급등했다.

견고했던 1,065∼1,085원 레인지를 벗어나 1,090원과 1,100원을 깬 뒤 1,110원과 1,115원 등 주요 레벨을 단계적으로 함락시켰다.

많은 시장참가자가 단기 고점으로 인식했던 1,120원 선도 아무런 저항 없이 뚫어버렸다. 거칠 게 없는 흐름이다.

달러-원 환율 상승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원화 강세 기대감이 제거된 데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이슈로 거론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음에 따라 원화 강세 흐름이 빠르게 되돌려졌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달러 강세 및 위험자산회피(리스크오프) 분위기도 함께 달러-원을 올렸다.

북미 회담 결과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유럽중앙은행(ECB) 및 일본은행(BOJ) 회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14∼15일 이틀에만 20원 넘게 폭등했다.

이어 달러-원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 유탄도 맞았다.

우리나라의 교역 비중 1∼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 우려가 위안화와 원화 가치를 빠르게 떨어뜨렸다.

원화는 특히 위안화(CNH)에 연동하는 정도가 너무 강해졌다.

최근에는 유로 약세 및 달러 강세 흐름까지 환율 상승 재료가 됐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난민 정책 합의가 불발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독일 내부에서도 대연정이 깨질 가능성이 대두했다.

수급상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투자자들은 달러를 대규모로 사들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기존 숏 포지션을 정리하는 흐름이 거셌다.

일부 투자자들은 국내 투자 자산에 대한 환 헤지 비율을 높이며 원화 약세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1,090원대까지 활발하게 네고 물량을 내놓았던 수출업체들이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고 마음이 급해진 기관과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가 밀려 나왔다.

환율 상승 속도에 부담을 느낀 시장 플레이어들은 숏 포지션을 잡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는 숏 커버로 이어지며 추가 상승 흐름을 만들어냈다.

A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위안화가 가장 이슈고 유로화도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 하지만 위로 올라갈 여지가 충분하다"며 "1,140원까지는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딜러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도 이월되고 있고 수입업체의 스톱성 결제가 많다"며 "당장 1,130원을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B 은행의 딜러는 "미국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경제 부담이 커질수록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강세 흐름은 긴 호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딜러는 "중국의 경우에는 무역갈등이 성장률 하방압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지 않나 한다"고 추정했다.

그는 "미중 상호 맞대응 관세 부과 조치가 발효되는 7월 6일까지는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 전문가는 "원화 강세 포지션이 언와인딩되고 있고, 단기적으로 위안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달러를 팔아야 할 업체들의 연락은 뜸해졌고 사야 할 곳들의 문의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실제화할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쫓아가서 사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1,130원대 중반에서 막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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