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윤시윤 기자 = 이달 중순 이후 달러-원 환율이 너무 빠르게 뛰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급하게 확대할 때만 조처를 한다는 외환 당국의 스탠스를 고려하면 당국이 곧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시장참가자들은 대체로 원화가 글로벌 통화와 같이 자연스럽게 절하되고 있어 문제의 소지는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국이 레벨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1,130원과 1,140원을 단계적으로 넘더라도 속도가 과하지만 않다면 당분간 모니터링에 그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 12일 종가 1,077.20원부터 전일 1,124.20원까지 47원 급등했다.

11일 거래일 만에 4.4% 대폭 절하되면서 우리나라와 자주 비교하는 통화대비 변동 폭이 유독 컸다.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는 1.5% 뛰었고, 유로-달러와 달러-엔 환율은 각각 1.4%와 0.2% 변동된 데 그쳤다.

역외 위안화(CNH)와 호주 달러, 싱가포르 달러는 3.4%와 2.9%, 2.3%씩 절하됐다.

레벨 부담을 느낀다고 언급한 시장 참가자들도 최근 2주 동안 속도를 지적하고 있다.

반면 시계를 넓히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글로벌 달러 강세가 본격화한 지난 4월 16일을 기준으로 보면, 달러-원 환율은 전일까지 4.2% 올랐다.

달러 인덱스가 6.4% 상승한 것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달러에 견준 유로와 엔 가치는 6.5%와 3.1%씩 약세로 갔다. 위안화와 호주 달러, 싱가포르 달러는 각각 5.8%와 5.4%, 4.4% 약세 방향으로 움직였다.

브라질 헤알(12.6%) 등 일부 취약 신흥국 정도만 원화보다 절하폭이 컸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기대로 4월부터 달러-원 환율이 국제 통화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았던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빠르게 뛰고 있는 달러-원 환율에 대해 원화 강세가 되돌려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4월부터 원화는 북한 리스크 완화에 상대적으로 강세였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글로벌 달러 강세, 미중 무역분쟁 확대 우려에 1,100원대로 올랐다"고 말했다.

전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2018 국민경제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갈등이 있고, 미국과 ECB(유럽중앙은행)의 통화완화 방향이 달라 원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화에만 국한된 건 아니고 국제적 추세의 일환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정부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시장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의 발언 이후 시장참가자들은 외환 당국이 원화 약세 속도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도 했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미국 물가 상승에 따라 국채 금리가 뛰기 시작한 4월 중순 이후 글로벌 달러는 강세였지만 원화는 고유 요인으로 그런 부분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단기간 빠르게 원화가 약세로 간 것은 사실"이라며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7월 6일 관세 부과 이후 글로벌 무역갈등으로 확산할 것 같다"며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막을 이유가 없고 우리 외환 당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고 추정했다.

이 딜러는 "레벨로 보기에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1,150원은 돼야 당국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B 은행 딜러는 "크게 보면 다른 통화와 같은 방향, 같은 속도"라며 "개입이 있더라도 소규모의 스무딩오퍼레이션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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