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터넷은행을 자주 이용하는 20~30대는 물론 40대들이 공통으로 하는 질문이 있다. '이용하기 편해서 좋은데 망하는 거 아닌가?'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들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기 때문이다. 은행도 회사인만큼 연속 가능한 영업 활동을 해야하는 데 자본확충에 애로를 겪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은행은 자본 규모에 따라 총 여신 한도가 정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근 케이뱅크는 '직장인 케이뱅크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중단했다. 이어 '직장인 K신용대출'도 지난 12일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역시 자본확충이 안 돼서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여신 파트는 정상영업조차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있는 KT는 유상증자 등을 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우려로 인터넷은행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가졌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과거에만 사로잡혀 대기업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니 마니 하며 발목을 잡을 것이고, 결국 정치가 인터넷은행의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 뻔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은행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인터넷뱅킹하고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며 아예 시장 안착에 실패하리라 예측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인터넷뱅크의 서비스가 오픈되자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고객이 재직이나 소득 증빙 서류를 떼가지 않아도 건강보험자료 등을 통해 대출자의 소득과 신용 등급을 알아서 파악하고 바로 대출심사와 집행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통장도 인증을 통해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었다.

사람을 마주 보거나 문서가 오가지도 않았는데 대출이 일어나고 통장을 발급받다니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ICT(정보통신기술)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를 많은 많은 국민이 금융에서 맛을 본 셈이다.

금리 차에 따른 예대마진으로 손쉬운 돈벌이만 하던 기존 은행판을 흔들 놓을 메기가 제대로 등장한 것이다.

고객이 늘어나는 속도만 봐도 기존 은행권을 긴장케 하기 충분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한 달 만에 25만 명,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한 달 만에 329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은행이 몇 년을 노력해도 어려운 고객 유치 수다.

2016년 한 해 동안 은행권 전체가 기록한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 15만5천 건이다.

이를 케이뱅크는 영업 시작 8일 만에, 카카오뱅크는 하루 만에 넘어섰으니 말이다.

혜성과 같은 인터넷은행의 등장을 보고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활성화를 부르짖던 정부가 이번엔 제대로 일을 하나 해냈나 싶었다.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인터넷은행 발목을 잡는 제도나 법은 다 손질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호언장담까지 했다. 규제라면 발 벗고 나서는 게 공무원들이라지만, 인터넷은행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달랐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법과 제도가 어디 있었던가. 은산분리라는 원칙과 법도 국민 금융 편의 제공이라는 대전제와 함께 금융환경 변화, 기술발전에 따라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유연해야만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대한민국의 금융이 한 단계 도약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우려대로 은산분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대기업 자본이 금융을 사금고화한다면 오히려 이를 막는 특례법이 필요하지, 현행법을 고집하며 어렵사리 출발한 혁신금융의 한 축인 인터넷뱅크의 싹을 자를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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