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국내 정유·화학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영위해오던 사업 외에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분야 등 신사업에 투자를 늘리면서 복잡한 경쟁구도를 연출하고 있다.

현재 적자를 보고 있거나 당장 수익성이 없음에도 사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이러한 구도는 앞으로도 심화될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중국 난징시에 최대 20억달러(약 2조2천억원)를 들여 배터리 제2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오는 10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내년 10월께 상업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오는 2023년까지 전기차 50만대 분량인 연산 32기가와트시(GWh)로 생산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LG화학은 9.1%의 세계 점유율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출하량 1위를 기록 중이다. 삼성SDI가 2위로 뒤를 이었고,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추격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를 지속했다. 그러나 미래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계산에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 경쟁이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거점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을 감안해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수출 판매 기지로서의 의미가 있는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정유·화학기업들은 다른 신사업으로 바이오 부문에 주목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지난 1998년부터 바이오·제약 사업을 키워온 SK그룹은 지난해 SK바이오텍을 통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이어 최근엔 지주회사인 SK㈜가 국내 최초로 미국 바이오기업인 '엠팩'을 인수했다.

LG화학은 지난 2016년 팜한농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했고, 신약 개발 등에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렸다.

정유업체들은 본업인 석유사업의 활용도를 최대로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에 뛰어들어 2016년부터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화케미칼은 같은 기간 연간 7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투자자금 확보에 있어서도 국내외를 아우르며 경쟁이 한창이다. SK그룹과 LG그룹은 국내에서 회사채 발행량 1, 2위를 다투며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LG화학은 지난 4월 중국 배터리 공장 증설 등 투자용으로 외화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약 6천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5년 내 처분해야 하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동시에 제로금리로 조달비용도 아꼈다고 평가됐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맹이 된 사례도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최근 공동으로 주유소 기반 택배 서비스를 출범했다. 주유소 수익을 늘리는 동시에 스타트업기업 지원으로 새 일자리를 만드는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4년 현대케미칼을 합작 설립하고, 올해 신사업 추진에 2조7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오는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콤플렉스(HPC)'를 짓고 연간 3조8천억원의 수출 증가와 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에 업황에 의존하는 이익구조를 탈피하고자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고, 정유업계는 화학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성장에 대한 추구가 반영되는 것"이라며 "우수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투자를 늘리며 경쟁구도가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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