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5개월 연속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자금 유출의 증거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지만,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다만,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 당장 달러-원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2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2월부터 이달까지 5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국내 증시에서 5조 7천억 원을 순매도했고 이달 들어서는 순매수로 돌아섰으나, 그 규모는 지난 23일 기준 1천억 원 수준에 그친다.

외국인 보유 잔액은 지난 1월 말 613조 원이었으나, 이후 주가 하락 및 순매도로 지난 23일 기준으로 558조 원으로 감소했다. 외국인 주식비중은 같은 기간 36.8%에서 36.7%로 소폭 하락했다.





<2007년 이후 외국인 주식 순매도 강도 *자료:국제금융센터>



하지만 다른 신흥국들과 비교하면 강도가 세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국내 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세가 과거 순매도 기간 및 여타 신흥국과 비교할 때 강도가 매우 약하다"고 평가했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절대적 기준으로 볼 때는 상당하나, 보유 주식 대비 매도 비율인 '매도 강도' 기준으로 볼 때 1% 내외로 주요 신흥국(2~4%)에 비해 낮은 수준에 속한다.

안남기 국금센터 연구원은 "올해 들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는 행태 측면에서 여타 신흥국에서의 움직임과 큰 차이가 없었다"며 "매도 강도 측면에서는 오히려 여타 신흥국에 비해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또 과거 순매도 강도와 비교해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지난 2007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도한 경우는 64회로 최근 순매도 강도는 월 0.1~0.3%에 불과했다.

이는 직전월 보유잔액 대비 해당월 순매도 비율을 산출한 것으로 한 달 기준으로 보유잔액의 0.1~0.3%가 축소됐음을 의미한다.

전체 평균은 월 0.7%며 특정 위기 상황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예컨대 '대형악재'라 할 수 있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월 1.5%, 유럽 재정위기 등 '중형악재'의 경우 월 1.0% 내외로 축소된 바 있다.

국금센터는 또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에는 상장지수펀드(ETF) 환매 부분이 60%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안 연구원은 "이는 이번 매도가 한국의 고유 악재가 아닌 신흥국 전반적인 투자 심리 약화로 인한 영향이 큰 것을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도 현재까지 국내 자본 유출에 따른 달러-원 패닉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에 비해 채권 시장에서의 순매수가 꾸준해 전반적인 달러 공급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아시아에서 한국 금융시장이 가장 안정돼 있어 재정거래 수요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한미 금리 차 1% 이내에 있는 한 심리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해외 중앙은행 등 장기적 시각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자금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최근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때도 채권 쪽은 매수세가 탄탄했다"며 "최근 잔고가 좀 줄었지만 아직까진 매수 우위라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인포맥스 '금감원 외국인 잔고'(화면번호 4576)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 중인 국내 상장 채권 잔고는 지난 23일 기준으로 110조8천585억 원 수준이다.

지난 6월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였고 이 달 들어서도 5거래일을 제외하고 전반적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무역분쟁,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기술주 실적 약화 등 최근 증시 악재들이 장기화하거나 추가 확대될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셀 코리아(Sell Korea)' 경계를 완전히 거둬들이긴 이르다.

국금센터는 높은 외국인 지분율, 증시의 높은 개방도, 외국인 대차거래 증가 및 여름철 주가의 계절적 약세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 매도가 재개될 경우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안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는 대외악재의 확산, 국내 경제 지표 약화,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투자의견 하향 증가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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