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서울채권시장의 리스크로 떠올랐다.

특히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불과 일주일가량 앞두고 예측하기 어려운 발언이 쏟아져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피로도가 커졌다.

23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 21일과 22일 경제와 관련한 발언을 했다. 이에 국채선물 가격이 크게 요동쳤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가 있겠지만,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이 나온 시간을 기점으로 국채선물의 변동성이 커졌다. 이날 오후 2시까지만 해도 전일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던 3년 국채선물은 플러스로 전환한 후 20틱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정부의 경기 부진 우려가 기저에 깔린 상황에서 미국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발언이 한은의 금리 인상 부담으로 연결됐다.

다음 날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정책은 금통위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문제다"고 언급했다.

채권시장은 전일 가격 급등을 상당 부분 되돌렸다. 이틀 동안 3년 국채선물이 관계자들 발언에 널뛰기한 셈이다.

한 시중은행의 채권 딜러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이 나오기 전에는 수출지표나 생산자물가가 나쁘지 않았던데다 금리 레벨 부담이 있어서 되돌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발언 이후 장이 완전 반대로 움직였다"며 "작년에도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발언이 장을 움직였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피로도 호소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일주일간 20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발언을 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시각 차이도 불거졌다.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고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채권시장으로는 당국자들의 잇따른 경기 발언이 부담스럽다.

한은은 지난 14일 윤면식 부총재의 발언을 끝으로 외부 메시지를 내보내지 않았다. 한은이 침묵하는 동안 정부 관계자 발언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한다. 당국자의 오럴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한 셈이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최근 하루 중 변동성이 커져서 가만히 있으면 손익이 크게 움직이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고, 당국자 발언이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며 "김동연 부총리는 거의 매일 기사가 나오는데, 발언에 무뎌졌다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주목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