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신흥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신흥시장의 구원투수로 나서줄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흥국 외환시장 불안이 달러화 강세와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로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연이어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올해 총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 연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에 구제금융

미국은 과거 신흥시장 불안이 고조되면 이에 따른 전이위험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늦추거나 실질적인 개입을 단행한 이력이 있다.

5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또다시 한 번 더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이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신흥국의 통화 가치 절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렌트 슈트 수석 투자 전략가는 "연준은 신흥시장 위기를 야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신경을 쓰길(sensitive)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머니는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위기 진정을 위해 개입한 바 있고, 연준은 1998년 파산한 미국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에 구제금융을 투입한 바 있고 전했다.

결국, 이번 위기가 미국에 전이위험으로 옮겨갈 양상이 보일 경우 연준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3년 연준은 조기 긴축 신호가 시장에 불안을 촉발하자 금리 인상을 늦춘 바 있다.

2013년 5월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하겠다고 발표한 여파로 신흥국 환율이 출렁이고 미 국채 금리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당시 이러한 혼란을 발작 혹은 짜증을 뜻하는 의학용어인 '텐트럼'에 빗대 '테이퍼 텐트럼'이란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제롬 파월도 20년 전 그린스펀의 실수 되풀이 우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신흥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재확인했다.

또 파월 의장은 신흥시장의 금융불안과 관련해선 "미국 안팎으로 리스크 요인들이 있다"면서 "서로 다른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파월이 신흥시장 불안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 20년 전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1998년 그린스펀은 의회에 출석해 "신흥시장에서 나타나는 금융위기보다 인플레이션 상승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 달 뒤 연준은 신흥시장 불안이 글로벌 위기로 확산하자 허둥지둥 금리를 인하해 위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이 신흥시장 위기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중순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 연준이 테이퍼 텐트럼 당시 금리 인상을 한동안 연기한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시점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의 길을 계속 가야 하며 신흥시장은 이를 헤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역전쟁에서 한발 물러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즉 연준이 신흥시장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늦출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아직은 신흥시장 위기가 더 큰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서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앞서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그 외 신흥시장의 외환 위기는 "전위 위험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카플란 총재는 올해 두 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인물로 전이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신흥국의 문제가 미국으로 전이될 위험이 있는지는 계속 주시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 전략가는 CNN머니에 "1997~1998년과 유사한 전이위험에 대한 공포가 있다"라며 그러나 이러한 공포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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