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채권시장이 각기 다른 두 개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이 미국 국채를 필두로 전반적인 커브 플래트닝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 지방채는 이례적인 커브 스티프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AAA등급의 15년 만기 지방채는 최근 2.7%에서 거래됐다. 작년 연말 2.2%에서 50bp가량 상승했다. 같은 등급의 2년 지방채 금리는 1.7%로, 둘 간의 금리 격차는 100bp에 이른다.

이런 금리 격차는 지난 2000년 버블닷컴 붕괴 직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국채시장과는 크게 대조되는 현상이다. 미국 국채 15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는 30bp 밑으로 축소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지방채권시장이 잠재적으로 장기 채권에 대한 매력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례적인 지방채 커브 스티프닝은 크게 장기투자기관의 매수세 약화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장기투자자 가운데 은행과 보험사 등이 주요 매수세력의 투자 유인이 크게 줄었다. 미국 지방채는 대표적인 비과세대상채권(tax-exempt bond)이다. 이자 수익이 일반적으로 연방 과세에서 면제되고, 경우에 따라 주 정부 등의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작년 연방 세재 개혁안으로 법인세율은 35%에서 21%까지 인하됐다. 법인세율이 낮아지며 지방채의 세금 공제 규모도 줄었고, 투자 가치도 떨어졌다.

다음으로 연준의 꾸준한 금리인상 기조로 지방채시장의 단기금리는 올랐고, 자동으로 장기금리도 끌어올려 보유 채권의 가치를 떨어트릴 것이란 두려움이 리테일 투자자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파이퍼 재프레이의 저스틴 후겐두온 채권전략 헤드는 "이런 지방채권의 커브 스티프닝은 특히 국채 커브보다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누빈자산운용의 존 밀러 지방채 헤드는 "지방채 시장은 장기와 단기로 이원화됐다"며 "10년 미만의 만기에서는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었지만, 장기채권에서는 그 반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국채시장의 경우 장단기 금리 격차가 거의 없어 금리 급등기에 나타나는 듀레이션 리스크가 큰 의미를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와 변동금리채를 중심으로 단기물을 투자하고 지방채를 장기물로 혼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후겐두온 헤드는 "지방채 15년물과 변동금리상품이 포함된 단기물 과세대상채권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선호한다"며 "더욱 많은 개인 투자자가 연말까지 지방채 시장에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런스는 "금리 급등을 대비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잡는 것은 특히 장기물에서 중요하다"며 "일부 장기 지방채의 노출도를 키우는 것은 더욱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블랙록의 '전략적 지방채 펀드(BlackRock Strategic Municipal Opportunities fund)'는 7월말 현재 15년 만기 이상의 장기물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이 펀드는 1년·3년·5년·10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각각 최상위권의 성과를 보였다. 3년 기준의 연간 수익률은 4.72%로, 업계 평균치를 200bp 이상 웃돌았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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