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하이투자증권을 품은 DGB금융지주가 지방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은행과 증권, 보험을 두루 갖춘 종합금융그룹에 오르게 됐다.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해 온 김태오 회장의 첫 성과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를 열어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가 DGB금융으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했다.

DGB금융이 인수하는 하이투자증권 지분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85.3%로 인수가는 4천500억 원이다.

하지만 이미 DGB자산운용을 둔 만큼 하이투자증권이 보유한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은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KB금융지주도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현대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을 재매각한 사례가 있다.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 매각 추정가가 800억~1천억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실제 인수가는 3천억 원 중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총자산 6조2천억 원, 자기자본 7천354억 원의 업계 중소형 증권사다.

올해 상반기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348억 원.

하반기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DGB금융이 보유하는 지분에 따라 4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이 더해질 수 있다.

현재 14곳 증권사가 최근 3개월 내 예상한 DGB금융의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3천75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8.43%가량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하이투자증권의 실적까지 더해지면 4천억 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돌파하게 되는 셈이다.

늘어나는 이익 규모만큼 자본 적정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 초반이지만, 9%까지 개선될 수 있다.

자본 여력을 보여주는 이중레버리지비율도 106% 수준에서 120%대로, 10% 초반의 보통주자본비율도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DGB금융은 올해 초 4.47% 금리로 발행한 1천5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과 회사채를 통해 인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재 추산되는 연간 이자비용은 100억 원 수준이지만 늘어나는 자본 여력과 배당 성향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영업 기반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 중 하나다.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지점 250여 개 중 90%는 대구와 경북, 울산 지역에 집중돼 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경남은 물론 서울과 경기도에 영업점 다수가 배치돼 있다.

DGB금융은 향후 은행과 증권, 또는 보험까지 결합된 금융 복합점포 개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그룹의 기업금융(IB) 역량 강화와 직접금융 상품 제공, 연계상품 확대를 통한 계열사 간 공동마케팅으로 수익원 다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자본시장으로 그룹 내 시너지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지난 5월 취임 일성으로 하이투자증권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경영 구상 때문이다

그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중심의 영업을 해왔지만, 이제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에서다.

이번 인수로 DGB금융은 현재 9개 계열사를 12개로 늘리게 됐다.

2020년까지 총자산 100조 원, 당기순이익 6천억 원 달성하겠다는 중기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 셈이다.

6월 말 기준 9%에 불과한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수익비중도 21%까지 늘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현재의 그룹 이익은 사실상 은행에 80% 가까이 치중돼 있지만 이를 점진적으로 비은행 중심으로 옮겨갈 계획"이라며 "지역민의 생애 주기에 맞는 서비스는 물론 기업금융(IB)과 디지털 등 그룹사 차원의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DGB금융은 자회사 편입 후 10월 중 하이투자증권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11월 중에 증권사의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의 손자회사 편입신고를 진행, 모든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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