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은행이 망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경제에 좋은 징조일까.

과거 금융위기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단 하나의 은행도 파산하지 않았던 기간이 바로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이다.

이는 총 32개월로 당시 7천 개가 넘는 미국 은행 중 어느 한 곳도 파산을 경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결국 한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애론 클레인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11일(현지시간) 브루킹스 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은행이 망하지 않은 시기가 탄광 속에 침묵의 카나리아가 울고 있는 때"라고 경고했다.

탄광 속의 카나리아는 과거 광부들이 탄광의 유해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들고 탄광에 내려갔던 속설에 빗대 위기를 사전에 경고해주는 신호를 언급할 때 사용된다.

은행이 파산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은행시스템 내 불균형이 증가하고 문제가 있는 관행이 늘어남에도 이를 사전에 경고하기는커녕 금융당국은 문제가 없다는 사실에 갈채를 받았다.

실제 국립 은행을 감독하는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발표한 2006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2년 연속 어떤 은행도 파산하지 않았다. 자본은 탄탄하고 무이자수입의 증가로 실적은 늘어났다. 건전한 대출이 증가하면서 순이자마진 감소를 상쇄했다. 은행의 손실과 채무불이행은 미미하고, 연말까지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라고 적혀있다.

클레인 연구원은 금융위기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 금융 규제의 목표가 개별 은행들의 실험과 경쟁, 위험감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파산으로 이어지는 건전한 시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완전히 내면화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광범위한 은행 파산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되지만, 은행 파산이 드문 것과 전혀 없는 것은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랜 기간 은행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는 것이다. 경쟁적이고 다변화된 시장은 파산이 없을 수 없다. 경쟁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시장에서는 어떤 은행은 성공하지만, 어떤 은행은 망하는 것이 이치이기 때문이다.

망하는 은행이 전혀 없다는 것은 사람들이 위험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클레인은 주장했다.

그는 위험에 대한 체계적 오판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며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시장이 위험한 모기지 상품에 투자하는 동안 모두가 오판한 것이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처럼 말이다. 2008년 이후에는 거의 500개의 은행이 파산했다.

클레인은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실패를 막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며 안정된 금융시스템은 은행들이 실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두 개나 몇 개의 은행 파산으로 금융시스템 전체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따라서 은행이 실패하지 않을 때 당국은 이를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긴장하고 걱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레인은 이달 말이 되면 마지막 은행이 파산한 지 9개월이 된다며 이것이 새로운 금융위기가 태동하고 있다는 신호는 아니지만, 성공의 신호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귀띔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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